외교 아닌 교육문제로 접근… 日방해공작 물리치고 쾌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풀뿌리 한인의 힘, 통쾌한 결실

미국 버지니아 주 하원이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한일 과거사 문제뿐만 아니라 재미 한인의 위상에 한 획을 긋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본해 단일 표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미국에서 동해와 일본해 병기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주 상원도 지난달 28일 같은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켜 의회 내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상·하원이 주지사에게 서명을 요청하고 테리 매콜리프 주지사가 서명하면 법안은 7월부터 발효된다. 상원과 하원 모두 압도적인 표 차로 가결된 법안에 주지사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관례상 버지니아 주 교과서는 조지아 등 남부 6개 주에도 사용돼 동해 병기 교과서를 사용하는 미국 내 주는 7월부터 7개 주로 늘어난다.

워싱턴과 인근 버지니아 및 메릴랜드 주에 거주하는 15만 한인 교포는 이번 법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하나로 뭉쳐 값진 승리를 거뒀다. 일본에 뒤처졌던 한국인들이 미국의 풀뿌리 민주주의 제도를 이용해 스스로의 위상을 높이고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경험을 얻은 것이다.

이날 리치먼드 의사당에는 주변 한인 500여 명이 하원 전체회의 표결 결과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의사당 측은 하원 청중석 100석이 일찌감치 동나자 별도 회의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의자를 배치해 한인들을 배려했다.

한인 지도부는 동해 병기 문제를 한일 간 외교 문제가 아니라 철저히 실용적인 자녀 교육의 문제로 접근해 미국인들의 반감을 피했다는 평가다.

또 이번 통과는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후 미국에서도 한일 간 과거사 논쟁과 대결이 치열한 상황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라는 외교적 의미도 크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이번 법안을 막기 위해 주미 대사와 현지 로비스트를 동원해 ‘경제관계가 손상될 수도 있다’는 압력을 넣었다가 오히려 미국인들의 반감만 샀다.

이와 별도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서도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벌였다고 의회 전문지 ‘더 힐’이 법무부에 제출된 로비업체들의 자료를 근거로 이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워싱턴의 ‘호건 러벌스’ 등 최소 2개의 로비업체를 72만 달러(약 8억 원)에 고용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미 정치권의 움직임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치먼드=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동해병기#교육#일본#버지니아주#공립학교 교과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