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해로 배웠다는 초등생 아들의 말… “가만있을 수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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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버지니아주 ‘동해병기法’ 통과 이끈 피터 김 VoKA 회장

찬성 81 vs 반대 15 압도적 승리



6일 미국 버지니아 주 하원이 미국 교과서에 동해를 병기하는 법안을 찬성 81표 대 반대 15표로 가결 처리했다. 가결 처리 직후 피터 김 회장, 티머시 휴고 의원, 하원 내 유일한 한국계인 마크 김 의원(왼쪽 사진 앞줄 왼쪽부터)이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치먼드 의사당 전광판에 의원들의 이름과 함께 찬성(Y), 반대(N)가 표시돼 있다(오른쪽 사진).

리치먼드=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찬성 81 vs 반대 15 압도적 승리 6일 미국 버지니아 주 하원이 미국 교과서에 동해를 병기하는 법안을 찬성 81표 대 반대 15표로 가결 처리했다. 가결 처리 직후 피터 김 회장, 티머시 휴고 의원, 하원 내 유일한 한국계인 마크 김 의원(왼쪽 사진 앞줄 왼쪽부터)이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리치먼드 의사당 전광판에 의원들의 이름과 함께 찬성(Y), 반대(N)가 표시돼 있다(오른쪽 사진). 리치먼드=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이것이 미국의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편견에 사로잡힌 정보가 있다. 이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한 시민의 목소리가 둘이 되고 15만 한인의 목소리로 모여 오늘의 승리를 이뤘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 하원이 6일(현지 시간) 오후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도록 한 법안(HB11)을 찬성 81 대 반대 15라는 압도적인 표 차로 통과시킨 직후 리치먼드 의사당 기자회견장에 나온 피터 김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 회장(55)은 모든 공을 ‘미국 민주주의’와 ‘15만 한인’에게 돌렸다.

그렇지만 이번 승리의 출발이 됐던 ‘한 시민’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2년 전인 2012년 1월 26일. 당시 데이비드 마스든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민주)이 낸 동해 병기 법안이 일본의 반대 로비로 교육보건위원회에서 찬성 7 대 반대 8로 부결됐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얘야, 아빠의 조국 한국과 이웃 일본 사이의 바다를 뭐라고 부르니?”

“일본해(Sea of Japan)죠. 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쳐요. 교과서에 그렇게 돼 있어요.”

그 전까지는 ‘남의 문제’였던 동해 병기가 그제야 자신의 일로 다가왔다. 김 회장은 1977년 18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교포 1.5세였지만 동해는 여전히 동해였다. 2012년 3월 그는 백악관에 동해 병기 청원을 내는 것으로 먼 길의 첫걸음을 뗐다.

‘한 시민’이 발걸음을 내딛자 미국인들이 길을 알려줬다. 백악관의 안내를 받아 그해 8월 연방 교육부 장관에게 편지를 썼다. 11월 답장을 해온 차관보는 “교과서는 주정부 관할이니 주교육청과 의회를 두드리라”고 안내했다.

한 사람의 학부모가 아닌 여러 학부모의 이름으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해 1월 지금의 단체를 창립했다. 연방 교육부 차관보의 안내대로 ‘학부모’ 자격으로 교육위원회와 의회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왜 한국인들에게는 그 바다가 동해인지를 설명했습니다. 국제수로기구(IHO)가 일본해 단독 표기를 택한 1929년은 일본이 한국을 강점한 시기라고 알려줬죠.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잘 모르는 것을 알려줬다며 생각보다 쉽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성과도 속속 이어졌다. 지난해 7월에는 티머시 휴고 하원의원과 리처드 블랙 상원의원이 연내 법안 상정을 약속했다. 8월 메릴랜드 주 앤어런덜 카운티를 시작으로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 교육청들이 동해 병기를 지시하는 교사지침서를 작성해 관할 공립 초중고교에 보냈다.

김 회장은 자칫 일본의 조직적인 저항에 대비해 일본 언론 인터뷰는 의식적으로 피해왔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된 이날에는 한 일본 신문사 기자의 질문을 받아들였다.

그 기자는 “당신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 회장은 “나는 한국계이지만 군에 복무하고 세금을 내며 투표를 하는 미국인이다. 인디언을 제외하면 모든 미국인은 이민자이며 그들은 모두 평등하고 서로를 존경한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리치먼드=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동해병기#피터김#버지니아주#국제수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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