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쟁점서 모두 완패” 얼어붙은 檢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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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판 무죄에 “댓글수사는…” 탄식… 재판부 “논리 모순” 지적에 긴장
윤석열 前수사팀장-팀원들 통음… 권은희 “충격적 결과” 재판부 비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검찰 관계자는 7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축소 은폐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1심 법원이 전날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이렇게 탄식했다. 대검찰청도 무죄 판결의 원인과 향후 대책 등을 보고하느라 하루 종일 긴박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검찰 인사 때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이 난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을 비롯해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팀원들은 전날 판결 직후 대전에서 통음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판결문을 자세히 본 뒤 더 크게 놀랐다고 한다. 재판부가 김 전 청장의 기소 내용을 13가지 쟁점별로 정리한 뒤 전부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실상 ‘완패’였기 때문. 검찰이 처음 기소할 땐 “(김 전 청장이) ID와 닉네임 40개를 넘겨주지 않음으로써 수서경찰서의 수사를 방해하였다”고 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모두 넘겨줬던 것으로 드러나자 뒤늦게 “현저히 확인, 분석이 곤란한 상태의 자료만을 넘겨줬다”고 공소장을 변경한 부분을 재판부는 특히 꼬집었다. 재판부는 “(압수한 국정원 여직원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겉면만 봐도 (ID 등이) 송부되었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최소한의 객관적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공소를 제기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검사의 논리가 우연적이고 지엽적인 사실의 조각들로 성글게 엮여 그 안에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이 있다”는 재판부 지적도 검사들을 낙담하게 했다고 한다.

김 전 청장 수사를 맡았던 특별수사팀에 대한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한 공안부 검사는 “한두 명 검사의 실수 때문에 검찰 전체가 망신당하고, 나라 전체가 시끄러워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결과까지도 예상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기도 했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항소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정원 댓글 수사 사건의 외압 의혹을 제기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결과”라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권 과장은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재판부의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외압 입증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서현·이은택 기자
#김용판#댓글수사#윤석열#권은희#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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