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용인술 혁신 안하면 ‘윤진숙類’ 또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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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달 전 연구원 경력이 전부인 윤진숙이라는 생소한 인물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내정됐을 때 적지 않은 국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모래밭의 진주”라며 그를 ‘강추’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몰라요 장관’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업무 능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한 박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윤 장관이) 쌓은 실력이 있으니 지켜보시고 도와 달라”며 감싸기만 했다.

윤 장관이 전남 여수 기름유출 사고 이후 잇단 실언과 자질 논란 끝에 취임 295일 만에 해임됐다. ‘걸어 다니는 폭탄’ 같은 장관을 방치할 경우 박 대통령의 정국 운영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지방선거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1기 내각은 대부분 박 대통령의 수첩에서 나왔다는 것이 청와대를 잘 아는 사람들의 전언이다. 인수위원회 대변인 임명 때부터 논란이 일었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결국 성추행 의혹으로 추락한 것도 박 대통령의 ‘불통 스타일’과 ‘수첩 인사’의 실패 사례다. 시스템에 의한 폭넓은 추천과 치열한 능력 검증 없이 대통령이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만 바탕으로 인사를 하다 보면 임명 뒤 문제가 드러나도 대통령에게 미칠 타격 때문에 교체가 쉽지 않아 이 지경까지 왔다.

정관계 일각에선 6·4지방선거 이후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무조정실이 각 부처가 수행한 국정과제를 평가한 결과 가장 미흡한 것으로 지적된 경제 분야가 1차적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태로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어리석다’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발언을 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거취도 주목받는다. 현재의 심상찮은 경제 흐름이 그에게는 고마운 방패막이가 돼 주는 셈이지만, 만일 경제부총리 때문에 경제가 더 흔들린다면 교체를 고려하는 것도 불가피할 수 있다.

장관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이제는 박 대통령이야말로 비정상적인 것의 정상화를 위한 ‘혁신’을 해야 할 때다. 지난 1년간의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추천-검증-임명-평가-재검증의 인사 과정이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도록 용인술(用人術)을 혁신하지 않으면 ‘윤진숙류(類)’의 장관은 또 나올 수 있다. 윤 전 장관 후임 인선부터 박 대통령이 수첩에만 의존하지 않고 널리 인재를 찾는 변화를 보이기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윤진숙#해양수산부 장관#인사#새누리당#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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