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빼는 레이저로 금동유물 부식층 제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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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硏 이혜연 연구팀 성공… 약품처리와 달리 2차훼손 없어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유물 대부분은 상태가 좋지 않아 복원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복원 시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원형 보존’을 꼽는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유물 대부분은 상태가 좋지 않아 복원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복원 시 가장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원형 보존’을 꼽는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피부과에서 기미나 잡티, 점 등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레이저로 전통 유물을 복원하는 등 문화재 보존·복원에 다양한 첨단 장비들이 동원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복원기술연구실 이혜연 연구원(사진)이 주도한 연구팀은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엔디야그(Nd:YAG) 레이저로 금동 유물 표면에 덮인 부식층을 제거하는 데 성공해 그 결과를 지난해 11월 ‘어플라이드 서피스 사이언스(Applied Surface Science)’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레이저를 유물에 쏘아 표면 오염물을 제거하는 ‘레이저 클리닝’ 기법은 주로 대리석 같은 석재 유물에만 적용됐다. 석재 위에 생기는 오염물질은 물리적 성질이 석재와 다르고 무게도 가벼워 레이저를 쏘면 쉽게 분리되기 때문이다. 반면, 금동 유물에 생기는 부식물은 유물과 유사한 금속 성분인 경우가 많아 자칫 레이저를 잘못 사용하면 문화재가 상할 우려가 크다.

이에 연구팀은 피부과에서 쓰는 레이저를 활용해 4∼5세기경 금동 유물 조각 표면에 발생한 청동 부식물을 제거한 뒤, 포름산 용액을 발라 부식물을 제거하는 기존의 방식과 비교했다. 그 결과, 화학적 클리닝을 실시한 금동 조각에서는 유물 도금층이 벌어지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레이저를 쏜 조각에서는 일부 갈색 잔유물이 남긴 했어도 도금층이 들리거나 원형이 훼손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이 연구원은 “문화재 복원의 핵심은 원형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라며 “레이저는 원하는 부위의 정밀한 제거가 가능해 약품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2차 훼손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바다에서 인양된 도자기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기술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 연구소 연구진도 주목받고 있다.

복원기술연구실 장성윤 박사팀은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경질토기, 분청사기, 백자 등에 침투한 염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지난해 ‘저널 오브 컬처 헤리티지(Journal of Cultural Heritage)’에 발표했다.

보통 바다에서 인양한 도자기는 오랜 시간 바닷속에 있었기 때문에 염화나트륨 같은 수용성 염 결정들이 붙어 있다. 이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 결정이 커져 도자기가 깨지거나 유약층이 벗겨지기 때문에 맑은 물에 일정 시간 담가 두는 탈염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도자기 재질에 따라 염 결정 배출 시간이 다른데 일정한 기준이 없다는 점. 그렇다고 도자기를 무작정 오랫동안 물 속에 담가 둘 경우 유약층의 알칼리 성분이 빠지고 물때나 미생물이 생기기도 한다.

이에 연구팀은 도자기 조각들을 물 속에 담근 뒤 일주일 동안 탈염 정도를 관찰했다. 그 결과, 조질백자와 경질토기는 일주일 동안 염분이 80% 이상 배출된 반면 청자는 배출율이 30∼50%에 불과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수온을 25∼50도에 맞추면 탈염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것도 알아냈다.

전준범 동아사이언스 기자 b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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