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대사들, 신흥시장 개척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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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찬호-김순태 前 대사, 삼성전자 고문으로 영입돼
“해외인맥 살려 현장에 투입”

재외공관장을 지낸 대사급 외교관들이 대기업에 영입돼 신흥시장 개척에 투입된다. 서울 외교가와 재계에서는 지역 외교 전문가들의 이런 활용이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6일 “하찬호 전 주(駐)베트남 대사(61)와 김순태 전 주니카라과 대사(61)를 각각 베트남 복합단지와 중남미 총괄 대외협력담당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각각 베트남과 브라질에 체류하며 직접 현장을 누빈다는 점에서 그동안 국내에 머물며 기업 활동을 도왔던 몇몇 외교관의 사례와 차별화된다.

외무고시 12회 출신인 하 전 대사는 유엔을 비롯한 다자외교 전문가지만 싱가포르 파키스탄 베트남 등 동남아 공관에서 수년간 근무했다. 2008년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투자유치 태스크포스(TF)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베트남 대사로 근무하던 2013년 삼성전자의 타이응우옌 성 제2공장(옌빈 공장) 착공식이 열리는 등 이 회사와의 인연도 적지 않다.

김 전 대사는 포르투갈어를 전공하고 1988년 외교부에 몸담은 이래 지난해 퇴임할 때까지 주로 중남미 지역에서 근무했다. 포르투갈 에콰도르 브라질 공관에서 근무했고, 외교부 중미과장을 거쳐 상파울루 총영사를 지낸 중남미통(通)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 권계현 당시 외교통상부 서기관을 홍보담당 상무로 영입해 ‘외교관 발탁’의 문을 열었다. 이후 2009년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김현종 전 주유엔 대사를 해외법무담당 사장으로 뽑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지역 전문 외교관을 해당 국가나 지역의 고문으로 영입하기는 처음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이규형 전 주중대사가 삼성경제연구소(SERI) 고문으로 임명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중동 전문가인 김종용 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추가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능한 외교관들도 퇴임과 함께 경험과 인맥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민간 기업에 발탁돼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인사는 “한국 대기업 사이에서 ‘현지화가 곧 글로벌화’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해당 지역 전문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고위 외교관에게까지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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