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호 포지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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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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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 스포츠동아DB
박주호. 스포츠동아DB
■ 마인츠서 수비형 MF로 자리 옮긴 뒤 펄펄

독일 언론 선정 베스트 11에 두 번 이름 올려
대표팀 왼쪽 풀백 주전 경쟁엔 되레 역효과
잘 해도 고민…홍명보호 박주호 활용법 숙제

박주호(27·마인츠)가 딜레마에 빠졌다. 잘 하고 있는 데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포지션 변경 때문이다.

박주호는 왼쪽 수비수다. 올 시즌 마인츠에서 전반기 17경기 모두 풀타임을 뛰며 완전히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팀에 묘한 변화가 생겼다. 중앙 미드필더 중 율리안 바움가르트링거는 장기 부상을 당했다. 마인츠 토마스 투헬 감독은 박주호에게 소방수 역할을 맡겼다. 박주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다. 박주호는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15라운드 뉘른베르크전에서 1도움을 기록했고, 19라운드 프라이부르크와 경기에서는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왼쪽 수비수로 뛰다가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긴 18라운드 슈투트가르트와 경기에서도 1도움을 올렸다.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부지런한 활동량과 전방으로 찔러주는 날카로운 킬 패스, 공수 조율까지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박주호는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가 선정한 18라운드 베스트11에 뽑혔고, 19라운드에서는 독일 일간지 빌트가 선정한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박주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게 처음은 아니다.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 시절에도 이따금씩 미드필더로 나서 합격점을 받았다. 박주호의 다재다능한 능력이 최근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팀에서도 더 중요한 선수로 대접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박주호는 마냥 웃지 못한다. 올해 브라질월드컵이 열린다는 점이 큰 변수다.

박주호는 대표팀에서 왼쪽 수비수 자리를 놓고 후배 김진수(니가타 알베렉스),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과 경쟁 중이다. 현재 윤석영이 팀에서 완전히 벤치 신세라 포지션별로 2명씩 뽑는다고 할 때 지금 추세라면 박주호와 김진수가 최종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주호의 꿈은 더 크다. 브라질에 가는데 그치지 않고 본선에서 주전으로 뛰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대표팀 주전경쟁에서 박주호는 김진수보다 조금 뒤처진다. 김진수는 패기를 앞세운 저돌적인 플레이로 홍명보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박주호는 김진수보다 경험이 풍부하고 빅 리그에서 톱클래스의 유럽 선수들을 잘 상대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박주호는 소속팀에서 왼쪽 풀백으로 뛰며 자신의 경쟁력을 확실히 어필해야 김진수를 따라잡을 수 있다. 한마디로 지금은 두루두루 잘 하는 것보다 한 포지션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

박주호는 직간접적으로 투헬 감독에게 이런 사정을 말했다. 투헬 감독도 충분히 수긍을 했다. 하지만 박주호가 미드필더로 워낙 좋고 왼쪽 풀백 자리에서는 박주호에게 주전을 내준 주니오르 디아스가 어느 정도 제 몫을 해주고 있다. 이러니 투헬 감독도 조금 난처하다. 박주호의 미드필더 기용에 욕심을 낼만한 상황이다. 박주호 측근은 “박주호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할 때 팀도 잘 나가고 선수도 잘 하니 계속 우리 입장만 고집하기도 좀 힘든 측면이 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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