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퓨어킴, 현대판 마녀가 부르는 주술 멜로디 “마음을 음악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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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7일 1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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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마녀지만, 마녀가 아니에요.”

묘한 말을 건넨 그는 어려서부터 ‘마녀 같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성격이 괴팍하거나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봐서가 아니다. 그에겐 사람들이 속내를 술술 털어놓게 하는 ‘뭔가’가 있고, 그런 그를 보고 있노라면 ‘뭐든 다 해봤을 것 같다’라는 막연한 느낌이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싱어송라이터 퓨어킴(본명 김별․28)이다. 대중에게 퓨어킴은 낯선 이름이지만, 그는 이미 인디신에서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가진 실력파로 통한다.

실제로 만난 그는 차분하면서도 자유분방했다. 노래하듯 말을 했고, 그의 표현력은 가감 없이 간단명료하되 무미건조하지 않았다.

“음악과 떨어져 지내던 어느 날 내 안에 ‘무엇’인가가 차올랐어요. 그리고는 그것들을 음악으로 꺼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죠. 그렇게 음악을 만들었어요. 뭔가를 떠올리고 열심히 만들었다기보다는 쏟아져 나오는 대로 담아냈던 것 같아요.”

그가 음악을 하는 이유다. 퓨어킴은 2010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엄마의 딸은 힘들어’(It's hard to be a daughter of a woman loved by god)이라는 곡과 뮤직비디오를 올려 주목받았다. 2012년에 선보인 두 장의 앨범 ‘맘 앤 섹스’(Mom & Sex)와 ‘이응’은 평단과 음악 팬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그의 마녀 ‘끼’를 먼저 알아본 윤종신과 지난해 정식 계약했다.

‘윤종신 사단’의 여가수들은 모두 같으면서도 이절적인 ‘무엇’이 있다. ‘같음’을 거부하는 독특한 음색이 공통점이라면, 3인 3색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외모와 매력이 그것이다. 2013년, 윤종신의 사단의 본거지인 미스틱89에 박지윤과 김예림이 있었다면, 2014년에는 퓨어킴을 눈여겨봐도 좋을 듯하다.


▶인디신의 마력, 대중성으로 通하다

퓨어킴은 지난 21일 조금 더 대중적인 느낌의 싱글 ‘마녀 마쉬’를 공개하고 음악팬들을 찾아왔다. ‘마녀 마쉬’는 윤종신이 멜로디를 쓰고 퓨어킴이 작사했으며 공일오비(015B) 정석원이 편곡으로 살을 입혔다.

“윤종신 오빠가 마녀라는 캐릭터를 제안했고 그에 맞춰 셋이 각자의 임무를 완수했죠. 사형장에 선 마녀가 하는 최후의 변을 표현한 곡이에요. 바쁜 일상에 치여 스스로를 알지 못하는 현대인이 자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윤종신과의 만남은 우연과 필연이 공존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SNS로 대화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윤종신의 러브콜로 한 식구가 됐다. 윤종신은 퓨어킴의 작사 능력과 묘한 매력, 섹시미를 높이 평가했다.

“전 제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에요. ‘웃기다’라는 말을 듣는 걸 좋아하죠. 음악도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안 들어요.”

그는 네 명의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쉽고 중독성 있는 느낌은 팝스타 브리티니 스피어스, 코드 진행은 작곡가 콜 포터, 짜임새와 구성은 “완벽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바흐, 전체적인 것을 아우르는 것은 스티비 원더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그는 스티비 원더를 두고 “그분은 사랑이시다”라며 “내 음악의 모든 것”이라고 칭했다.

그런 퓨어킴의 음악은 윤종신과 프로듀서 정석원을 만나 조금 더 대중적으로 변신했다. 퓨어킴은 “독특한 것을 유지하되 대중과 친화력 있게 소통하는 것”이 회사와 자신의 목표라며 윤종신과 정석원과의 팀워크에 흡족해했다.

“종신 오빠와는 지난해 처음 만나 ‘퓨어킴’이라는 사람에 대해 한 시간가량 대화를 나눴어요. 그때 ‘함께 할 수 있겠다’란 느낌을 받았죠.”

윤종신과 정석원 이외에도 퓨어킴은 투개월 김예림과 뭔가에 이끌리듯 가까워졌다. 그는 “예림이가 원래 내성적인 아이인 줄 몰랐다”며 “근본적인 성격이 같아 첫눈에 반했다”고 설명했다.


▶우연에서 시작된 운명적인 멜로디

퓨어킴은 6살 때 어머니가 써준 편지에 제멋대로인 멜로디를 붙여 노래로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대견해하는 어른들의 칭찬이 그를 음악으로 이끌었다. 학창시절엔 음악이 교우들과의 소통 창구로 쓰였다.

그는 “(음악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남들보다 빨리 배우는 편”이라면서 “우연과 주변의 권유로 제대로 된 음악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퓨어킴은 고등학생 시절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학교가 싫어서 떠난 유학길이었지만, 미국 동네에 아시아인은 그뿐이었고 자연스레 동네 사람들의 관심사가 됐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교회 목사님에게 악기 연주와 음악에 대해 배웠고 이를 계기로 버클리 음대에 입학하게 됐다.

“느낌에 괜찮겠다 싶으면 주저 없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인생의 모든 것이 그래요. 음악이 그랬고 음대 입학도 그러했죠.”

퓨어킴은 졸업 후 약 1년간 할리우드에 위치한 웹 에이전시에서 일했다. 적잖은 돈을 벌었고 삶도 평탄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텅 빈 느낌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2009년 그는 어머니가 사망하는 꿈을 꿨다. 울면서 잠에서 깬 그는 한동안 그 마음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렇게 탄생한 곡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엄마의 딸은 힘들어’(It's hard to be a daughter of a woman loved by god)다. 그렇게 퓨어킴의 제2의 음악 인생이 시작됐다.

▶섹시한 마녀의 청순한 음악 이야기

그의 음악을 모르는 이들 중 일부는 그를 섹시한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데뷔곡 뮤직비디오에서 가슴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등장해 음악 팬들은 물론이고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었다.

“저는 나라는 사람 자체만으로도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섹시한 모습도 저이기 때문에 부정하지는 않지만, 몸매보다는 음악으로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그는 몸매에 대해 묻는 말에 자신의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로 답을 대신했다.

퓨어킴은 어려서 몸매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하루는 같은 일로 스트레스를 받던 퓨어킴에게 그의 어머니는 “너는 섹시한 것과 똑똑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말했다고. 그 후 퓨어킴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퓨어킴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로 “음악은 예쁘고 아름다운데 보이지 않아서 더 좋다”고 말했다.

느낌을 쌓아 놓는다. 메모는 하지 않는다. 기억에 끝까지 남는 것이 비로소 가치를 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업 속도도 매우 빠르다. 순간에 충실하되 시간이 주는 완벽함은 지양한다.

그는 규칙적인 삶을 산다. 일하거나 휴식할 때도 늘 규칙적인 일정을 보내지만, 시간과 상상에 제약은 없다. 윤종신은 이런 퓨어킴을 보고 “계획적인 일을 해야 할 때 제대로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퓨어킴은 칼데콧 아너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작가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에 등장하는 쥐 프레드릭을 닮아 있었다.

봄 여름 가을 동안 열심히 일하는 쥐들 사이에서 햇볕을 쐬고 명상에 잠기며 즐거운 상상을 모아 추운 겨울날 동료 쥐들에게 행복함을 전해주는 프레드릭처럼 퓨어킴은 대중에게 공감 가는 멜로디와 예측 불가능한 가사로 즐거움을 전달한다.

“오래 음악을 하는 게 소원이자 목표예요. 한순간의 성과보다는 길게 음악을 하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끊임없는 호감이 필요하다는 말이고 이는 곧 ‘질리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대중이 내 음악을 듣고 내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제공|미스틱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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