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정우 “류승범에 감히 ‘고맙다’는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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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31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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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쓰레기 같은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여성들의 한결같은 소망이 된 배우 정우(33)를 만났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정우 분)는 나정(고아라 분)의 부탁을 들은 척 만 척하다 결국 과자를 사와 던져주고, 무심한 말투로 ‘감기 든다’며 자신의 외투를 걸쳐준다.

“멋있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상황자체가 멋있잖아요. 오히려 저는 최대한 멋 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뭐가 멋있는지, 어떻게 표현해야 통하는지를 아는 배우 정우. 데뷔 14년 만에 찾아온 그의 뜨거운 인기는 우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배우로서 인정받는 날은 소망해왔지만, 이렇게 대중들의 큰 사랑과 관심을 얻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그만 몰랐던 배우 정우, 국민오빠 쓰레기의 이유 있는 인기 비결을 들여다봤다.

●쓰레기와 정우, 닮은 점vs다른 점

극 중 쓰레기는 정우를 통해 그 매력이 십분 발휘됐다. 처음부터 쓰레기라는 캐릭터가 정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처음 대본을 볼 때도 그런 느낌이 왔으니까요.(웃음) 뭔가 풀어져 있는 듯한 느낌의 대사라든지, 빈틈 있어 보이는 모습이라든지 쓰레기의 행동 패턴들이 저와 무척 닮아있더라고요. 제작진이 저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연출을 맡은 신원호PD는 정우의 전 작품인 KBS 2TV ‘최고다 이순신’ 방영 당시, 정우에게 종종 ‘잘보고 있다’고 연락을 하며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다. 이 같은 관심에 대한 신뢰와 전작 ‘응답하라 1997’의 작품성에 정우는 대본도 보기 전, 작품 합류를 결정했다. 그는 “캐릭터와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캐스팅 후 대본을 봤는데 무척 와 닿고 재미있더라”고 말했다. 특히 정우는 이전에 주로 맡았던 양아치 캐릭터가 아닌 다양한 면모를 가진 캐릭터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에 기대를 품었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이상의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연기를 할 때 의식하게 될까 봐서요.”

또 한가지, 쓰레기 캐릭터의 특징적인 면은 바로 극 중 이름처럼 더럽다는 것. 정우는 “더러운 부분은 닮지 않았다”고 웃으며 강조했다.

“방은 너저분한 편이긴 한데 지저분하지는 않아요. 물건이 이것저것 많아 보여도 먼지는 없거든요.(웃음) 쾌적한 공기와 깨끗한 이불을 좋아해요. 똑같은 옷을 자주 입기는 하지만, 꼭 드라이해서 입고요.”

특히 그는 “쓰레기와 달리 음식의 유통기한도 꼼꼼하게 체크한다”며 운동으로 생활화 된 ‘웰빙’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우로서 볼펜을 입에 물고 발음 연습을 하는 것처럼 건강에 유의하고, 몸을 가꾸는 것도 배우로서의 기본이라는 게 그의 철칙.

“건강과 몸매 관리를 위해 음식에 신경 쓰죠. 그래서 장도 직접 보고, 음식도 자주 만들어 먹고요. 상한 음식이나 조미료가 첨가된 음식을 먹으면 바로 몸에서 신호가 올 정도로 예민해졌어요. 이런 점은 쓰레기와 정말 다르죠?(웃음)”

●“칠봉이의 역습…솔직히 긴장 됐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시청자들이 즐긴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로 쓰레기와 칠봉이(유연석 분)의 대결 구도다. 나정을 사이에 두고 남편이 누가될 지 관심이 집중됐다.

“정작 저는 나정이의 남편 찾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촬영 전 (신원호)감독님께 딱 한번 물어본 게 다였죠. 당시 감독님은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만 말해주셨어요.”

그럼에도 드라마 중반부에 들어서며 칠봉이의 영향력이 점차 커질 때는 정우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땐 정말 긴장이 되더라고요.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고, 딱 연기하기 좋을 정도의 긴장감이었어요.”

극 중 대결구도 때문에 정우와 유연석은 실제로도 많이 비교가 됐다. 최근 방송에서 두 사람은 몸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유)연석이가 몸이 훨씬 좋죠. 덩치도 더 좋고, 키도 훨씬 크고요. 얼굴도 연석이가 훨씬 잘 생겼잖아요. 제가 더 멋있는 부분이요? 뼈요! 뼈는 확실히 제가 더 도드라졌어요. 저 ‘뼈미남’ 맞습니다.(웃음)”

그렇다면 여동생이 있다면 쓰레기와 칠봉이 중 누구를 더 남편감으로 추천할까.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

“쓰레기든 칠봉이든 삼천포든, 여동생이 원하는 남자를 선택해야죠. 나정이는 그게 쓰레기겠지만요. 누구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행복하지 않겠어요?”

●“류승범에 감히 고맙다는 말 하고 싶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정우는 ‘(유)연석이 멋있는 놈’, ‘(김)성균이는 너무 착한 놈’이라며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그만의 방식으로 서슴지 않고 표현했다.

“마지막 촬영 때 나정이를 쓰다듬어주고 삼천포(김성균 분)를 격려하고, 모든 배우들과 서로 부둥켜안으며 아쉬움을 표했죠. 사실 아직도 ‘응답하라 1994’를 떠나보낸 것 같지 않아요. 종영 후 계속 바쁘기도 했고, 어제만 해도 방송 때문에 배우들이 다 함께 모이기도 한걸요. 또 단체 대화방은 항상 열려있으니까요.”

14년간 연예계 생활을 하며 정우는 이렇듯 만나고 헤어지며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왔다. 앞서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함께 출연한 이지훈, 고주원 등은 인터뷰를 통해 친한 인맥으로 정우를 꼽기도 했다.

“여러 사람을 잘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원래 친한 사이거나, 제게 연락이 온 사람들은 어떻게든 꼭 챙기고 꾸준히 잘 지내려고 하죠.”

혹시 지금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이 있느냐 물으니 정우는 권상우, 현빈, 봉태규 등의 이름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류승범에 대해 이야기하며 고마운 마음에 진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류승범을 언급하면서 울컥하는 모습이었다.

“(류)승범이는 우회적으로 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많이 해줬더라고요. 당시 사람들은 저에 대해 전혀 모를 텐데도,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가 있다고 고무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그 친구는 자기가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 못할 수도 있어요. 그 정도로 정말 멋진 친구예요.”

그는 이어 “내가 이렇게 주목을 받는 상황이 돼 인터뷰를 하며 감히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신기하다”며 “이런 기회를 빌어서 승범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훈훈함을 더했다.

●“‘바람’은 꿈, ‘응사’는 꿈을 현실로 이뤄준 작품”


‘응답하라 1994’로 큰 인기를 얻은 정우지만, 그에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다. 바로 영화 ‘바람’이다. 정우가 직접 쓴 자전적 이야기 ‘바람’은 한 편의 시나리오로 완성돼 지난 2009년 영화로 개봉했다.

“‘바람’은 제 꿈과 같은 작품이에요. 앞으로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나더라도 ‘바람’처럼 소중한 작품은 없을 것 같아요.”

그는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글을 쓰는 게 좋다”며 ‘바람’ 이후의 이야기도 완성했다고 넌지시 알렸다.

“‘바람2편’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그 후의 이야기예요. 어떻게 작품화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그는 “‘바람’은 오랫동안 꿈꿔온 꿈, ‘응답하라 1994’는 그 꿈을 현실로 이뤄준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못내 아쉬워 “소중한 작품인 ‘응답하라 1994’에 좀 더 어울리는 표현을 찾고 싶다”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게 남은 또 다른 꿈은 무엇이 있을까.

“과거 10년 뒤 신인상을 받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정말 딱 10년 뒤인 2013년 신인상을 수상했어요.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걸 몸소 경험했죠. 지금도 이루고 싶은 소소한 꿈들이 많아요. 마음 편히 여행도 가고 싶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고 싶고 효도도 하고 싶고요. 또 배우로서는 세계 3대 영화제에도 가고 싶어요. 소소하지만 쉽지는 않은 꿈들이죠.(웃음) 앞으로 차근차근 이뤄나갈 테니 지켜봐 주세요.”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사진ㅣ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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