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만기 회사채 5조… ‘어닝쇼크’ 건설업체들 아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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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기업들]

《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광공업 생산량도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 실물경제에는 온기가 느껴지질 않고 있다. 회사채 발행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장기불황에 시달려온 건설회사들의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리는 등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산업현장의 봄날은 언제 찾아올까. 》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GS건설 24층 임원회의실. 임시이사회의 1호 안건은 전환사채(CB) 발행이었다.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CB를 2000억 원 발행하겠다는 것으로 5월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3억 달러(약 3240억 원)를 갚기 위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참석한 이사 7명이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켰고 GS건설은 다음 날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GS건설이 굳이 한국시장을 놔두고 왜 해외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일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GS건설이 지난해 9월까지 797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성공할 수 있을지 부담이 됐던 것 같다”며 “금리 조건도 이전보다 좋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요 건설사들이 상반기(1∼6월)에 갚아야 할 회사채가 5조 원대에 육박하면서 자금을 마련하려는 건설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공모사채를 발행한 41개 건설사들이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와 갚아야 하는 회사채는 모두 6조72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72.1%인 4조8482억 원이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몇 년째 불황에 시달려왔다. 신용등급 BBB+ 이하 26개 건설사는 상반기에 2조3002억 원을, 하반기에 1조260억 원을 갚아야 한다. 이는 건설업계의 올해 만기 회사채 가운데 49.5%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상환능력이 양호하더라도 앞으로는 나빠질 가능성이 있어 일부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기 위해 다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 지난해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대접받는 신용등급 AA급 건설사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해 4분기 319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대림산업은 한국기업평가가 ‘부정적 검토’ 대상에 넣었다. 신용등급 조정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데다 대형 건설사마저 지난해 실적에서 손실을 보기도 하는 등 ‘어닝 쇼크’를 겪으면서 직접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길이 막혔다”고 걱정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회사채#어닝쇼크#건설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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