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기름 이어 수산물 판매 부진과도 힘겨운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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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주민들 ‘원유 유출’ 시름

“사랑의 떡국 드시고 힘내세요”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여수지사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5일 전남 여수시 삼일동 신덕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이 일대에 유출된 원유를 제거하고 있는 마을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1800인분의 떡국을 만들어 제공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사랑의 떡국 드시고 힘내세요”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여수지사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5일 전남 여수시 삼일동 신덕마을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이 일대에 유출된 원유를 제거하고 있는 마을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1800인분의 떡국을 만들어 제공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지난달 31일 발생한 전남 여수 유조선 충돌로 유출된 기름이 여수는 물론이고 경남 남해 해역까지 퍼져 어민들이 추운 겨울바다에서 방제작업을 하는 고통에 수산물 판매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남 해양경찰서는 기름 유출 사고 6일째를 맞아 해상의 유막은 대부분 사라진 상태이며 해안가를 중심으로 방제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5일 밝혔다. 그러나 완벽하게 방제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름 유출 사고로 바다로 흘러든 기름띠와 기름막이 사고현장인 여수시 신덕마을을 비롯해 경남 남해군 등 광양만 전체로 퍼지고 있기 때문.

여수지역 어민들은 수산물 판매 부진으로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수 수협은 그동안 각종 수산물을 납품받던 수도권 대형 마트들이 수산물을 반품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수수협은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위판장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여수수협 하루 위판장 거래액은 평균 5억 원 정도. 수협 관계자는 “기름 유출 피해를 입은 광양만 해역은 여수지역 수산물 생산량의 1% 수준이다. 청정 가막만이나 섬 지역 수산물은 전혀 피해가 없는데 기름 유출 사고 지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수지역 어선들도 먼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다른 지역 수협 위판장에 판매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고 전했다.

여수지역 양식장과 마을어장 등은 총 1090곳(1만4766ha)이다. 이 가운데 기름 유출 피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지역은 여수시 신덕·오천·만흥동 양식장, 마을어장 등 총 10곳(287ha). 여수지역 전체 수산시설 면적 1∼2% 수준이며 생산량은 더 적다.

어민 김모 씨(65)는 “1995년 일어난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 때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에 또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해 하루 조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을 위한 정부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희망도 보인다. 원유 유출 사고 소식을 접한 전국의 자원 봉사자들이 해안가 모래와 돌 등 갯닦기 자원봉사를 문의하고 있다. 여수시는 3일부터 하루에 수백 통의 자원봉사 문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방제작업에 투입된 자원봉사자는 4일 320명, 5일 350명. 2007년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 기름 유출 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충남 태안군 주민들도 여수지역 어민들 돕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피해 대책을 수립할 당시 1995년 유조선 시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 때 먼저 아픔을 겪은 여수 주민들로부터 값진 조언을 얻은 데 대한 보은의 성격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어민들은 도움의 손길을 주려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원유 피해 면적이 넓지 않는 만큼 6일부터 타 지역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제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전남 여수#유조선 충돌#기름 유출 사고#방제작업#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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