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일 이산상봉… 北, 판깨지 않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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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졸브 훈련과 이틀 겹치지만… 중단 요구안해 4년만의 만남 성사

입춘 다음 날인 5일 남북관계에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날 판문점에서 열린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남북은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기로 합의했다. 2010년 상봉행사 이후 4년 만이다.

북한은 실무접촉에서 지난달 자신들이 내놓은 ‘중대 제안’을 거론하며 군사적 적대행위가 남북 간 화해 분위기를 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키리졸브 등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의 판을 깨는 북한의 단골 메뉴였던 ‘금강산 관광 재개와 상봉행사의 연계’ 주장도 없었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해 놓고 지키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시하고 이런 일이 재발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북한에 전했다. 이와 관련해 실무접촉 남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은 브리핑에서 “북한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고 그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런 변화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라는 정부의 요청에 북한이 호응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기간이 이달 하순부터 시작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리졸브와 이틀가량 겹치지만 북한이 일방적으로 상봉행사를 무산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방어적 성격의 연례 훈련인 키리졸브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단, 미국은 올해 키리졸브에 핵 추진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군 고위소식통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날 실무접촉에서 북측을 적극 배려했다. 한 당국자는 “정부는 애초 제의한 ‘17∼22일 행사 개최’ 계획을 거듭 밝혔으나 북한이 자신들의 내부 사정 때문에 상봉행사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25일을 제안했고 정부가 이를 바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이산상봉#북한#키리졸브#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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