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따뜻한 춘풍 불게하자”… 4시간만에 타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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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일 금강산서 이산상봉]
부드러워진 北… 남북대화 ‘첫 단추’

모처럼 손잡은 南과 北



5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북한 적십자 중앙위원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상봉은 금강산에서 20∼25일 5박 6일간 이뤄진다. 통일부 제공
모처럼 손잡은 南과 北 5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북한 적십자 중앙위원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상봉은 금강산에서 20∼25일 5박 6일간 이뤄진다. 통일부 제공
‘20∼25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순조롭게 치러지면 남북관계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의 성과를 내면 남북 간 다른 현안으로 남북대화를 확대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5일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납북자 생사 확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이후 적십자 실무접촉을 열어 이런 문제를 포함한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 나간다”고 합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여기서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북 “김정일 생일 준비로 17일은 어려워” 밝혀

남북은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4시간여 만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오전 10시 남북 대표단 전체회의가 시작된 뒤 남북 수석대표인 이덕행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과 박용일 북한 적십자 중앙위원은 세 차례 별도로 만났다. 시간은 각각 10분, 15분, 1분이었다. 남북 합의를 마무리하는 종결회의는 7분 만에 마무리돼 오후 2시 22분경 끝났다. 이날 접촉이 순조롭게 진행됐음을 짐작게 한다.

북측 박용일 수석대표는 전체회의 시작 전 “이번 첫 만남이 올해 북남(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다. 첫 접촉을 통해 북남관계 개선의 따뜻한 춘풍을 안아오는 데 우리 적십자 단체들이 앞장서야 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정부가 애초 제의한 ‘17∼22일’을 고집하지 않고, 북한의 요구인 ‘20∼25일 상봉’을 바로 받아들인 것은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의 중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측 대표는 “명절인 김정일 생일(16일) 준비 때문에 상봉행사를 17일 시작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덕행 남측 대표는 “지난해처럼 이산가족들에게 두 번 아픔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북한도 기본적으로 동의했다”며 “회담 결과는 상중하(上中下)로 보면 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산가족 상봉 성사를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강조했다. 이번 상봉이 무사히 진행되면 박 대통령이 강조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남북 협의 제안, 남북 민간 교류와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에도 파란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도 북한이 협의를 제의해오면 정부는 응할 수 있다는 태도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특성상 어떤 돌발변수가 언제 불거질지 예상하기 어렵다. 북한이 상봉행사 뒤 적십자 접촉에서 그 대가로 쌀과 비료 지원을 무리하게 요구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 대표는 이번 접촉에 응한 이유를 “우리(북한)의 중대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자신들이 주도해 인도적인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켰다며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대한 비난 공세를 강화할 수도 있다.

○ 이산가족 숙소 결정도 남측 요구 그대로 반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22일(남측 신청자와 북측 가족), 23∼25일(북측 신청자와 남측 가족)로 나눠 진행된다. 지난해 9월로 예정됐다가 북한이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명단을 교환했던 남북 신청자들이 이번 상봉의 대상자가 된다.

정부는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행사 추진 때 선정된 남측 상봉 대상자 100명 중 사망과 건강악화 등으로 상봉을 포기한 이산가족을 제외하고 약 90명이 이번에 상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산가족의 숙소는 정부가 제안한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로 정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이산가족 상봉행사 추진 때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해상호텔인 해금강호텔과 현대생활관 숙소를 고집했다.

상봉 첫날과 둘째 날 진행되는 단체상봉은 이산가족면회소와 금강산호텔에서 이뤄진다. 첫날 오후에 있는 개별 상봉은 숙소인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에서 진행된다. 관행상 상봉 이틀째 오후에 열리던 야외 상봉은 그동안 금강산 삼일포나 호텔 앞 잔디 등에서 열렸다. 그러나 이번엔 쌀쌀한 날씨를 고려해 실내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상봉행사 준비를 위한 시설점검단을 7일부터 금강산 현지에 파견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산가족상봉#금강산#북한#김정은#남북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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