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다산콜 상담원 인권침해 심각… 서울시 인권위, 첫 정책 권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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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객은 “속옷 뭐 입나” 성희롱에 폭언
위탁업체는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도 체크

“다산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인권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이 5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120 다산콜센터 상담사에 대한 인권 보호가 절실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뉴시스
“다산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인권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이 5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120 다산콜센터 상담사에 대한 인권 보호가 절실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뉴시스
“짧은 시간에 많은 전화를 받아 상담을 해야 합니다. 상담 관련 민원성 글이 서울시에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설령 민원인이 잘못을 했어도 상담사가 사과를 해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시의 통합 민원 안내를 맡고 있는 ‘120 다산콜센터’에 근무하는 한 상담원의 하소연이다. 다산콜센터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안내번호를 ‘120’으로 통합해 전문상담원이 24시간 전화로 상담하는 종합민원센터. 상담원들은 서울시가 위탁을 준 3개 민간업체 소속 460여 명이 3개조로 나눠 근무를 하고 있다. 하루 평균 3만여 건, 1인당 100건이 넘는 민원전화를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상담사들은 인권 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야간 상담의 절반 이상이 취객인데 “우리 한번 사귀자” “속옷은 무엇을 입느냐” 등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적지 않다. 폭언과 성희롱 속에도 상담사들은 웃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수치심이 들더라도 업무 규정상 3회 경고를 한 뒤 전화를 끊게 돼 있어 심리적 압박도 크다.

여기에 위탁 업체들은 상담사의 근무 과정을 철저히 감시, 감독한다. 통화 건수, 휴식시간, 심지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있다. 고객과의 대화 내용까지 실시간으로 감청했다.

‘무엇이든 해결해준다’는 과도한 업무범위도 문제다. 현재 다산콜센터의 업무 분야는 430여 개. 이렇다 보니 민원인들의 요구는 밑도 끝도 없이 늘어났다. “지하철 7호선 인근의 모든 패스트푸드 매장의 위치를 알려 달라” “스포츠 경기 일정, 스코어를 가르쳐달라”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인권자문기구인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다산콜센터 상담사 근무현장 방문과 심층면접, 기존 조사자료 분석 등의 방법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상담사들은 한 달 평균 △인격 무시, 무리한 요구 8.8회 △폭언·욕설, 신체위협 6.5회 △성희롱 4.1회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상담사는 인권위 심층면접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에 가기가 무섭고 두렵다. 답답하고 가슴이 떨린다. 아이가 있고 가정이 있어 그만두지 못하고 있지만 늘 마음속으로는 울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권위는 5일 부당한 노동인권 침해로부터 상담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개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서울시에 권고했다. 감정노동 해소 및 건강권 보장 △휴식권 보장 및 폭언·성희롱으로부터 보호 △근로환경 개선과 노동통제 금지 △민간 위탁이 아닌 직접고용 등이다. 이번 권고는 2012년 11월 인권위 출범 이후 첫 정책 권고다. 문경란 인권위원장은 “이번 권고안이 그동안 그늘에 가려 있던 상담사의 인권침해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 원권식 시민봉사담당관은 “지난해부터 상담사의 인권보호 대책을 추진 중이며 권고사항을 검토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다산콜#상담원#위탁업체#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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