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흡수통일에 반대가 아니라 대비할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독일 통일은 서독이 동독을 일방적으로 흡수한 통일이었다. 통일 과정을 살펴보면 동독 주민이 점진적인 통일 대신에 신속히 서독 체제로 편입되기를 선택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옳다. 1990년 3월 18일 동독에서 최초로 실시된 자유총선거에서 “서독의 기본법 23조에 따라 동독 5개주를 서독에 편입시키는 조기 통일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기민당 등의 ‘독일동맹’이 163석을 얻어 압승했다. 반면 신속한 통일에 반대하며 통일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한 사민당은 8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동독 인민의회는 그해 10월 3일을 기해 동독을 서독에 편입시키기로 결의했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로 서독의 번영과 자유를 더욱 실감하게 된 동독 주민은 하루빨리 서독처럼 되기를 원했다. 헬무트 콜 서독 총리가 1989년 11월 동독의 개혁과 서독의 원조 확대 등을 거쳐 연방국가로 나아가는 10단계 통일 방안을 제시했으나 큰 흐름을 바꿀 수 없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어제 국회에서 “흡수 통일에 반대한다.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혼란과 비용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북(對北) 포용 정책을 통한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사례를 들었지만 동독 주민이 서독을 동경해 자발적으로 서독 체제에 편입되기를 원했던 것을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남북통일이 현실화할 때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대북정책이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의 지지를 받을 것인지도 냉철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김정은은 ‘김일성 왕조 국가’를 오래 지탱하고 싶겠지만 현실은 반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독일 통일 전에 동독은 동구권에서는 가장 잘살았지만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런 일이 한반도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이 붕괴하는 상황에 잘 대비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남북통일을 비롯한 북한 이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1일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북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도 통일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독일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통일을 맞다 보니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통일 후 20년간 최대 2조 유로(약 2914조 원)로 추산되는 막대한 비용을 치렀다. 하지만 오늘날 통일 독일이 유럽의 최강국으로 거듭난 것은 통일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원한다고 빨리 오지 않고, 피한다고 미룰 수 없는 것이 통일이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치밀하게 통일을 준비해 나가야 할 때다.
#통일#민주당#북한#흡수 통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