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철녀’ 지소연, 고국 부모님 생각엔 눈물 글썽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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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6일 07시 00분


첼시 레이디스 지소연(오른쪽)이 5일(한국시간)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헤이스 감독과 자신의 유니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이 눈에 띈다. 런던(영국) | 허유미 통신원
첼시 레이디스 지소연(오른쪽)이 5일(한국시간)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헤이스 감독과 자신의 유니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이 눈에 띈다. 런던(영국) | 허유미 통신원
■ 지소연, 잉글랜드 여자프로축구 첼시 공식 입단식

원조 ‘Ji’ 박지성 빈자리에 새로운 ‘Ji’ 탄생
등번호 10번…한·일·영국 취재 열기 후끈
인터뷰 중 가족 떠올라 훌쩍…구단 당황
헤이스 감독 “잘 챙길테니 한국팬 걱정말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지(Ji)’의 대명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33·아인트호벤)이었다. ‘지성’이라는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운 영국 선수들이 이렇게 불렀다. 이어 지동원(23·아우쿠스부르크)이 선덜랜드로 왔지만 큰 빛을 못 보고 독일로 떠났다. 새로운 ‘Ji’가 탄생했다. 잉글랜드 여자프로축구 첼시 레이디스 유니폼을 입은 지소연(23)이 그 주인공이다.

지소연이 5일(한국시간)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공식 입단식을 가졌다. 지소연은 당당히 등번호 10번을 받았다. 입단식에는 한국, 일본 취재진은 물론 영국 스카이스포츠 기자도 왔다. 지소연에 대한 큰 관심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첼시 미디어담당자는 “지소연이 이렇게 유명한지 몰랐다. 더 큰 장소를 빌릴 걸 그랬다”며 웃음을 지었다.

‘So Yun’이라고 적힌 10번 유니폼을 든 지소연은 밝은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첼시의 엠마 헤이스 감독 옆에서 행복해했다. 그러나 인터뷰 도중 갑자기 지소연이 눈물을 터뜨렸다. “시즌이 시작하면 데뷔전에 누구를 가장 먼저 초대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지소연은 한참 말을 못했다. 이어 “부모님인가”라고 재차 묻자 결국 눈물을 보였다.

헤이스는 손수 휴지를 찾아 갔다 줬고 첼시 관계자들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인터뷰 후 헤이스는 취재진에게 다가와 “지소연이 왜 울었느냐”며 걱정스레 물었다. 지소연이 어린 나이부터 타국에서 활동하며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나서 그랬을 것이라고 하자 헤이스는 “아직 어린데 힘든 점이 많을 것이다. 더 잘해줘야겠다. 이미 동료 선수들과도 잘 지내고 있고 우리가 챙길테니 걱정 말라고 한국 팬들에게 알려 달라. 첼시 근처에 한인 타운(뉴몰든 지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소연이 그곳에 자주 가서 외로움을 안 타길 바란다. 나도 같이 가보고 싶은 곳이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지소연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헤이스는 “나는 지소연을 2010년 20세 이하 월드컵부터 지켜봤다. 이 나라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실력 있고 좋은 선수를 영입했는지 아직 이해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소연은 특별한(special) 선수다. 볼을 갖고 있을 때 침착하고 결정력도 좋다. 특히 창의력이 뛰어나다. 경기 뛰는 것을 보면 더 경험 많은 선수가 떠올려 진다. 지소연이 아시아가 아닌 독일이나 미국 등 여자축구가 발전된 나라 선수였으면 분명 훨씬 더 큰 팀으로 갔을 것이다. 우리 팀에 영입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흡족해 했다.

런던(영국)|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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