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貰·이·코·노·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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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집중 한집 싱글족… 소형 가전-다용도 가구 판매 급증

혼자 사는 월세족은 좁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접이식, 다기능 제품을 선호한다. 필요 없을 땐 접어둘 수 있고 펼치면 식탁, 테이블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한샘의 ‘비스트로 멀티 수납장’. 한샘 제공
혼자 사는 월세족은 좁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접이식, 다기능 제품을 선호한다. 필요 없을 땐 접어둘 수 있고 펼치면 식탁, 테이블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한샘의 ‘비스트로 멀티 수납장’. 한샘 제공
직장인 최모 씨(27)는 최근 부모님과 함께 살던 경기 의정부시 집에서 나와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에 월세로 거주하기 시작했다. 가구부터 가전까지 새로 살 게 많았다. 냉장고, 침대는 중고로 샀고 새것을 사더라도 저가 제품을 골랐다. 최 씨는 “계약이 끝나면 이사 가야 할 수도 있고 공간도 좁아 가전이나 가구에 돈 쓰긴 아까웠다”며 “그 대신 조명 같은 소품을 사서 인테리어를 하고 개성을 살렸다”고 말했다.

최 씨처럼 혼자 사는 ‘월세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월세 이코노미’가 뜨고 있다. 가구 디자인이 바뀌고 가전제품의 소형화 추세가 두드러진다. 중고 거래가 늘어나는 것도 월세 이코노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 월세족의 초소형 공간을 잡아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25.9%였다. 2025년에는 1인 가구가 세 가구 중 하나(31.3%)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싱글족은 작은 평수에 월세로 거주하는 사례가 많다. 전세금이 오른 탓도 있고, 굳이 큰 집에 살 필요가 없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추세에 따라 전국 오피스텔 평균 전용면적은 2005년에는 66m²였으나 2012년에는 26m²까지 줄었다.

자연히 초소형 공간에 특화된 관련 산업이 호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가구업계의 월세족을 겨냥한 제품들이다. ‘다기능’ ‘미니’를 앞세워 디자인을 바꿨다. 가구업체인 한샘 관계자는 “1인 월세가구는 주로 소형 평형에 거주하다 보니 다기능 제품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며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는 간결한 디자인과 수납공간을 최대한 살린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제품들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주방 수납장, 식탁, 책상 겸용으로 쓸 수 있는 ‘비스트로 멀티 수납장’은 지난해 소형 가구 판매 1위였다. 낮에는 접어서 소파로 쓰고 밤에는 침대로 활용할 수 있는 ‘매그 소파베드’도 인기가 좋다.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하는 탓에 값비싼 가구 대신 소품으로 집을 꾸미는 것도 월세족의 특징이다. 자연히 러그, 조명 등 인테리어 소품이 잘 팔린다. 한샘에서 러그, 조명제품은 지난해 전년 대비 각각 38%, 13% 성장했다.

○ 깜찍한 소형 가전 수요 늘고 중고 거래 붐


가전제품 중에서는 소형 가전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6kg 이하 소형 세탁기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0%가량 늘었다. 미니 핸디 청소기, 20L 이하 미니 전자레인지, 4인용 이하 소형 전기밥솥도 각각 20%, 15%, 10% 매출이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 마케팅 담당자는 “가전업체들의 대용랑 냉장고 경쟁 속에서도 150L 미만 소형 냉장고의 인기는 일반 냉장고 시장 점유율(양문형 제외) 30%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며 “특히 3kg대 초소형 세탁기는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어 가전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강남 냉장고’로 입소문을 탄 이탈리아 ‘스메그 미니 냉장고’ 역시 젊은 월세족에게 인기를 얻은 경우다. 냉장만 되는 120L 최소형 제품치고는 비싼 가격(190만 원)이지만 많이 팔린다. 디자인이 예뻐 인테리어 소품 효과를 내면서도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 싱글족의 마음을 샀다.

중고 거래 시장도 활발해졌다. 필요한 제품을 한꺼번에 새것으로 사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 덕에 G마켓의 중고가구 판매는 지난해 전년 대비 15%늘었다. 이 중 수납가구는 321%, 행거 등 정리용품은 160%, 세탁기는 14% 늘었다.

최근 LG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인 가구보다 평균 50% 이상 가공식품 소비가 많았고 가전제품 구입비(38%), 주거비(62%), 외식비(27%) 지출이 많았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거주 특성에 따라 가구 중에서도 접이식, 가전 중에서도 소형 제품이 인기를 끈다. 1인 가구 대상 제품이 유망한 카테고리가 된 것”이라며 “소비 여력이 큰 이들의 수요를 겨냥한 기업의 노력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월세#싱글족#소형가전#다용도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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