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軍과실 사망 배상 판결… 법원 ‘시효 소멸’ 정부 주장에 일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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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군인 예우가 국가 존재이유… 보상청구 늦었다고 외면해서야…”

1956년 군복무를 하던 원모 씨(당시 23세)는 막사 주변 땅을 정리하기 위해 동료들과 야산에서 흙을 파내는 작업을 하다가 흙더미에 깔려 숨졌다. 원 씨에겐 태어난 지 5개월 된 딸과 부인이 있었다. 사고 다음 날 곧바로 원 씨의 시신을 화장한 육군은 11개월이 지나서야 유족에게 “원 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통보했다. 41년 후인 1997년 국가는 원 씨를 순직 처리하고 8년 후 국가유공자로 인정했지만 심장마비라는 사인은 그대로였다.

2008년 국민신문고 제도가 생기자 원 씨의 딸은 아버지의 사망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2009년 12월 국방부로부터 ‘심장마비’가 아니라 ‘군부대의 과실로 인한 사고’였음을 통보받았지만 명예 회복이나 보상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원 씨의 딸과 부인은 2011년 4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원 씨 유족이 2009년에야 진실을 알았기 때문에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인 ‘3년’이 지나지 않아 보상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당시 폭주했던 과거사 보상 사건의 경우 소멸시효를 3년보다 짧게 6개월로 줄이는 판례를 만들었고 이 사건도 어떤 시효를 적용할지 다시 검토해보라며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24부(부장판사 김상준)는 원 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유족에게 1억1849만 원을 배상하라”며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군인과 유족에게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해주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진실을 알게 된 뒤 소송을 내기까지 1년 4개월이란 기간은 원 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걸린 53년에 비해 그리 긴 기간이 아니다”라며 “생활고로 변호사의 조력을 얻기도 어려웠던 유족의 사정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시효 소멸#사망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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