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외국인 전용 영종도 카지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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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을 하면 쾌감을 자극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한다. 초콜릿을 먹거나 술 마실 때와 비슷한 상태가 된다. 몇 년 전 휴가 때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 카지노에 가본 적이 있다. 블랙잭과 바카라 게임이 벌어지는 곳마다 초라한 차림에 퀭한 눈빛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도박을 하다 모든 것을 날리고 강원랜드 주변을 맴도는 중독자가 많다. 강원랜드 도박중독치유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사람만 5만 명을 넘어섰다.

▷카지노는 ‘작은 집’을 뜻하는 ‘카사(casa)’에서 유래했다. 1861년 세워진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와 1931년 공인된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유명하다. 세계 최대의 카지노로 부상한 마카오의 작년 매출은 450억 달러(약 47조 원)로 라스베이거스보다 7배나 많다. 싱가포르도 급성장하고 있다. 2010년 55층짜리 빌딩 3개를 연결한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를 완공한 후 매년 외국인 관광객이 10% 넘게 급증하고 5만 개의 일자리도 생겼다.

▷중국의 큰손들이 편리하게 찾아올 수 있는 인천 영종도에 카지노를 세우는 계획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정부는 그제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를 열어 국내 카지노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영종도에 카지노 설립을 신청한 LOCZ(미국계 시저스엔터테인먼트와 중국계 리포그룹의 합작사)는 완화된 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파라다이스그룹도 일본계 세가사미와 합작해 영종도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갖춘 한국형 복합 리조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카지노를 도덕적 기준으로만 판단할 일은 아니다. 카지노에도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외국인 전용으로 하고 내국인 출입을 막으면 강원랜드 같은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처럼 도덕윤리를 강조하는 나라도 카지노 단지를 허용했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리조트를 조성해 마이스(MICE·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을 키워나가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다만 도박 중독이나 국부 유출 같은 부작용에 대해서는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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