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규제법안 716개 쏟아낸 19대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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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입법, 완화법안의 5.3배 발의… ‘아파트 시공사 직접 설계 금지’ 등
선진국엔 없는 ‘한국형 규제’ 34건… 기업활동 발목잡아 경제성장 찬물

2010년 말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A사는 수요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를 많이 포함시켜 분양을 하려 했다. 하지만 외부 건축사무소에만 설계를 맡겨야 하는 건축법에 발목이 잡혔다. 설계를 맡은 건축사무소 측은 큰 아파트를 많이 넣어야 각종 건축규제를 통과할 수 있다며 버텼다.

A사는 회사 안에 건축사를 17명이나 두고 있었지만 자기 회사 아파트를 설계할 수 없는 ‘비정상의 벽’에 부딪혔던 것이다. 2012년 말에 겨우 설계를 변경했지만 아직도 아파트 분양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외국처럼 내부 건축사를 활용할 수 있으면 분양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규제가 3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아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데도 2012년 5월 출범한 19대 국회가 새로 양산한 규제의 건수는 완화한 규제 건수의 5배가 넘었다. 3일 문을 연 2월 임시국회에서 새누리당이 경제 살리기 법안 통과에 주력하기로 했지만 야당의 도움 없이는 규제의 총량을 줄이기도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동아일보가 3일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전국경제인연합회, 건설협회에 의뢰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기업 규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에만 있는 불합리한 ‘한국형 규제’는 모두 34건이었다. 규제 개혁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은 이들 규제가 모두 한국에만 있는 ‘별난 규제’여서 개혁의 대상이라고 봤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형 규제 중 단말기 보조금 규제, 렌터카 운전자 알선 금지 조항처럼 기업 현장에서 투자를 방해하는 ‘손톱 밑 가시형 규제’가 23건이었다. 수도권 규제나 금산분리 규제 등 나머지 11건의 규제는 여러 산업과 행정기관에 두루 걸쳐 있어 금방 없애기 힘든 ‘덩어리 규제’였다. 손톱 밑 가시와 덩어리 규제 중 상당수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줄줄이 영향을 주면서 경제의 엔진을 늦추는 부정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각종 규제가 우후죽순처럼 퍼진 것은 국회가 정치적 논리에 따라 규제 양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전경련에 의뢰해 경제 관련 5개 상임위원회에 1월 말까지 의원들이 발의한 19대 국회 경제 관련 법안 1264개를 △규제 강화 △규제 완화 △기업 지원 육성으로 분류해 보니 규제 강화 법안이 716개(56.6%)인 반면 완화 법안은 135개(10.7%)에 그쳤다. 의원들이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5.3개 발의할 때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기 위한 법안은 1개만 발의한 결과다. 국회에서 스포츠카가 질주하는 속도로 규제를 만드는 반면 자전거가 굴러가는 속도로 규제를 없앤 셈이다.

이창수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은 “경제가 국민소득 4만 달러 수준으로 발돋움하려면 한국형 규제 중 꼭 필요한 규제를 제외하고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박진우·김준일 기자
#규제법안#국회#의원입법#완화법안#한국형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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