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투자 병원’ 13년째 정치권 입씨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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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선 가로막는 정치논리

한국에만 있는 규제인 ‘한국형 규제’ 중에서는 오래전부터 폐지 또는 완화 방안이 검토됐지만 정치 쟁점화하면서 실제 완화되지 못한 규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을 막고 있는 규제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 허가가 처음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13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개막을 계기로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규제 폐지를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여러 차례 규제 완화 시도가 있었지만 의료인 관련 협회 등 이익단체가 거세가 반발하면서 번번이 실패했다. 정치권에서도 “공공의료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반대 의견과 “의료경쟁력 강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찬성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주회사 관련 규제도 정치권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규제 중 하나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거미줄처럼 얽힌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주회사 설립을 막고 있는 여러 규제의 폐지를 추진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반대 논리에 막혀 아직까지도 까다로운 지주회사 설립 요건들이 제대로 완화되지 않고 있다.

카지노 내국인 출입 규제 완화 역시 2000년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강원랜드가 개관한 이후 꾸준히 거론됐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규제 완화 논의가 장기화하면서 소모적인 논쟁만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를 믿고 미리 대응에 나선 기업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주회사 규제 완화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결국 정부의 약속을 믿고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지배구조를 바꾼 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투자#규제개선#정치논리#한국형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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