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5세… 일도 사랑도 뜨거워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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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의 법칙’ 주연맡은 엄정화

‘관능의 법칙’에서 40대 여성의 성과 사랑을 연기한 엄정화는 “나이 들어도 사랑은 똑같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설레고 바보짓을 한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관능의 법칙’에서 40대 여성의 성과 사랑을 연기한 엄정화는 “나이 들어도 사랑은 똑같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설레고 바보짓을 한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3일 개봉하는 영화 ‘관능의 법칙’은 한국판 ‘섹스 앤드 더 시티’다.

과년한 딸을 둔 싱글맘 해영(조민수)은 애인과 카섹스를 즐긴다. “오늘 배가 좀 나왔으니 위로 넣어 만져라”라고 한다. 주부 미연(문소리)은 남편과 일주일에 세 번이 기본이다. 남편은 미연이 부담스러워 몰래 비아그라를 먹는다. 방송국 PD인 골드미스 신혜(엄정화)는 조카뻘 되는 남자와 사귄다. 방송국 편집실에서 짜릿한 섹스를 하고 싸구려 여관을 들락거리다가 옴(피부병)에 걸린다. 40대 세 여성은 성도 사랑도 뜨겁다.

3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엄정화(45)에게 ‘연하남과 사귀는 역할이니 세 여배우 중 제일 행복했겠다’라고 건넸더니 “조민수 문소리가 부러워했다”고 받았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도 아닌 당당한 싱글 역할. 나이도, 직업을 가진 것도 신혜와 닮았다.

“일하다 보니 (결혼) 시기를 넘긴 것도 신혜와 같죠. 신혜가 뱉는 ‘나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바쁠 거야’라는 대사가 가슴에 와 닿았어요. 돌봐줄 누군가가 없으니 스스로를 돌봐야 하잖아요.”

우연히 하룻밤을 지낸 연하남은 신혜에게 진지하다. ‘저는 원 나이트 스탠드 같은 건 안 해요’라며. 하지만 세상의 비아냥거림이란 유리벽이 둘을 갈라놓는다. “남자를 사랑하면서도 떠나보내야 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아팠어요. 신혜는 항상 오지 않은 미래를 대비하며 사는 인물이에요. 사랑보다는 일이 먼저죠. 영화 찍으며 ‘짧은 인생인데 앞일 두려워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은 세월 앞에 고개를 숙인다. 해영은 대장암 수술로 배변 주머니를 차야 하는 신세가 되고, 미연의 남편은 바람이 난다. 그래도 영화는 판타지다. 한 달에 한 번도 못하는, 세상에 찌들어 사랑할 여력도 없는 중년의 부부가 널렸으니까.

“키득키득 많이 웃으실 수 있는 영화예요. 요즘 골드미스들이 많으니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 같고요. 30대들은 ‘저때도 사랑이 존재하는구나’라고 안도하고, 40대는 ‘우리도 아직 가능하구나’라고 위안받았으면 해요.”

‘관능의 법칙’은 2003년 그가 출연한 ‘싱글즈’와 닮았다. ‘싱글즈’는 30대 세 친구(엄정화 장진영 이범수)의 솔직한 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두 영화 모두 권칠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권 감독을 ‘마초적인 로맨티시스트’라고 했다. 여자 마음은 잘 모르면서 솔직한 사랑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며.

“‘싱글즈’ 당시 주변에서 제게 댄스곡 그만하고 발라드 부르라고 했어요. 그때는 제가 나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30대는 얼마나 젊어요.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재미없어지는 것 같아요.”

엄정화는 1993년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했다. ‘눈동자’가 수록된 1집 앨범도 이때 나왔다.

“한 번도 톱스타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항상 ‘천천히 올라가서 천천히 내려오라’는 어머니 말씀을 되새기며 살았어요. 2001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이후 2년 동안 시나리오가 안 들어올 때는 많이 좌절했죠. 그래도 20년 세월 동안 배우와 가수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일을 즐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관능의 법칙#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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