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방탕한 천재 예술가 우디 앨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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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적 예술가 우디 앨런(80)이 지난달 ‘2014년 골든 글로브’ 공로상을 받자 그의 양녀 딜런 패로(28)는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고 흐느꼈다. 7세 때 양아버지에게 성추행 당한 악몽이 떠올라서다. 지금은 이름까지 바꾼 딜런은 아직도 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딜런은 앨런과 동거녀였던 유명 여배우 미아 패로가 입양한 딸이다.

▷앨런과 미아 패로는 12년간 연인처럼 살았다. 그러나 앨런은 패로가 전 남편(작곡가 앙드레 프레빈)과 함께 입양했던 한국계 순이 프레빈과 사랑에 빠졌고 1997년 순이와 결혼해 살고 있다. 서른여섯 살 연하인 것도 파격이지만, 키우던 양녀와 “지금까지 경험해본 연애 가운데 최고”라며 살림까지 차린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졸지에 연인과 딸을 동시에 잃은 패로는 배신감과 복수심에 불타 앨런의 치부를 낱낱이 파헤쳤다. 당시 패로는 앨런이 일곱 살짜리 입양아 딜런에게 성적 학대를 가했다며 딜런의 ‘증언 테이프’를 법정에 제출했지만 판사는 증거 부족이라며 면죄부를 줬다. 20년 넘게 잊혔던 이 사건의 피해자인 딜런이 최근 뉴욕타임스에 장문의 공개편지를 보내 화제다. 그의 수상 소식을 듣고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연 것이다.

▷“일곱 살 때 앨런이 나를 2층 어두운 다락방에 데려가 엎드린 채 오빠의 전기 기차를 갖고 놀라면서 성추행했다.…그게 싫어 침대 밑에 숨어도 집요하게 찾아냈다. 그것도 아주 요령껏, 엄마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딜런은 “피해자는 평생을 고통받고, 이름만 들어도 메스꺼운 가해자를 칭송하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며 분노했다. 앨런과 패로 사이에 태어난 유일한 친아들인 로넌은 “그는 제 아버지이고 누나(순이)와 결혼했다. 내가 아들이자 처남이라니!”라며 아버지를 힐난했다. 앨런은 딜런의 폭로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대리인을 통해 밝혔다. 앨런이 이번에 상을 받지 않았더라면 그의 방탕한 삶에 세상이 주목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앨런은 “내가 모범적인 삶을 살았더라면 천재적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우디 앨런#2014년 골든 글로브#미아 패로#딜런 패로#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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