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금강산관광 얻으려면 핵부터 포기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한의 실무 접촉이 내일 열린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제의에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일주일이 지난 어제서야 접촉에 동의했다. 북한이 일정을 언급하지 않아 17일부터 22일 사이에 상봉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주일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적극 호응하지 않으면 17일 상봉은 힘들다. 북한이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연례 한미 군사훈련을 트집 잡아 합의를 어렵게 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남북이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무산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상봉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정치 군사 문제를 들먹이며 거부했다. 혹시나 기대를 걸었던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설 명절을 또 한번 눈물로 보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남북 상호 비방·중상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이른바 ‘중대 제안’을 발표한 뒤 유화 공세를 펴고 있으나 실제 움직임은 긴장 완화와 거리가 멀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북한이 영변 핵단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확장하고 있고 플루토늄 원자로도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북한이 8000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했다면 핵무기 3, 4개를 만들 수 있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2012년 12월 발사했던 은하3호보다 사거리가 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북한전문 미국 웹사이트 ‘38노스’의 보도도 걱정스럽다.

북한은 유엔 중국 영국 주재 대사를 동원해 중대 제안을 반복하는 외교 선전전을 펴면서도 핵 포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남북 긴장의 가장 큰 요인인 핵 개발은 계속하면서 한미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다. 남한 정부와 국제사회는 평화 공세를 가림막으로 삼아 핵무장을 강화하는 북한의 속임수에 넘어갈 만큼 순진하지 않다. 이란은 무기급 우라늄 농축 중단을 약속한 덕분에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받아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는 것을 보면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관심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금강산관광 문제는 북한의 핵 포기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핵 개발을 평화 공세로 위장하면서 남쪽의 경제 지원을 받으려는 술수는 통하지 않는다.
#이산가족 상봉#북한#금강산관광 재개#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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