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유럽파만으로 좋은 성적 낼까…대표팀 향한 지나친 비난 눈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2월 4일 07시 00분


홍명보호가 3주 간의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3일 귀국했다. 전체적으로 실망스럽다는 평이 많다. 사실 멕시코(0-4 패), 미국(0-2 패)과 평가전은 기대 이하였다. 팬들의 답답한 심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대표팀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면 늘 반복되는 일, 막무가내 비난과 막가파 조롱을 보면 피곤하고 짜증난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축구대표팀이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정도가 지나치다. 이번 전훈에 참가한 22명의 선수(K리그 20명, J리그 2명이지만 편의상 국내파)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목소리가 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라는 것이다. 때마침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편의상 유럽파)이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자 ‘국내파로는 안 된다’ ‘믿을 건 유럽파 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유럽파가 대표팀 주축멤버인 것은 맞다. 이들이 합류하면 대표팀 경기력이 나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전 일부만 잘 한다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벤치멤버가 부실한 팀은 모래성이다. 작은 위기에도 무너진다. 대표팀에서 자리를 못 잡은 일부 유럽파의 자리를 국내파가 꿰차야 하고 또 다른 국내파가 백업 역할을 잘 해야 팀이 건강해진다.

이번 전훈의 가장 큰 목적은 이런 경쟁력을 가진 국내파를 찾는 것이었다. 평가전에서의 전술이나 완성도보다 개개인 능력을 소상히 파악하는 게 더 중요했다. 3주 합숙은 선수들의 기량 뿐 아니라 습관이나 생각, 특성까지 세밀히 관찰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홍 감독은 강한 체력훈련과 평가전을 병행하며 날카롭게 선수들을 점검했다. 선수들의 회복속도를 체크했고, 훈련 때와 실전 때 경기력은 균등한지도 비교했다. 그 결과는? 홍 감독과 코치들만 안다. 평가전 승패나 스코어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홍 감독과 코치들 머릿속에 들어있는 전훈멤버들의 데이터다. 이런 점은 모두 간과한 채 ‘역시 국내파는 무능하다’고 진단하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다. 전훈의 목적조차 까맣게 잊은 잘못된 시각이다.

홍 감독은 평소 “축구발전을 위한 건전한 비판과 조언은 언제든지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난무하는 비판과 비난의 홍수 속에 홍 감독이 취할 것은 겸허히 취하되 가릴 것은 과감히 가렸으면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