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기자의 그린다이어리] 피닉스오픈 56만명 갤러리 골퍼 해방구 ‘16번홀의 기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2월 4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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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만3008명.

슈퍼볼이나 월드컵이 아닌 미 PGA 투어 웨이스트먼트 피닉스오픈에 입장한 갤러리의 숫자다.

지난 1월27일(이하 한국시간) 연습라운드부터 3일 대회 마지막 경기가 펼쳐진 최종라운드까지 매일 수 만 명의 갤러리가 입장했고, 3라운드가 열린 토요일에는 약 19만 명의 갤러리가 운집했다.

56만 명은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이다. 2008년 53만 명을 뛰어 넘었다.

이 대회는 애리조나주의 스코츠데일 인근에서 열린다. 대회 규모도 크지 않고 권위 있는 메이저 대회도 아니다. 그렇다고 수백 만 인구를 자랑하는 대도시 주변에서 열리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골프팬들은 이 대회를 보기 위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골프장에 모인다. 수십 만 갤러리를 끌어 모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우선 겉으로 보이는 몇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가장 큰 차이는 ‘Quiet’(조용히)라는 팻말이 없다. 일반 골프대회와 달리 음주도 허용되고 함성을 지르는 것도 상관없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소리치며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할 수 있다.

특히 스타디움으로 불리는 16번홀(파3)은 ‘골퍼들의 해방구’로 불린다.

이 홀에는 약 2만 석 규모의 스탠드가 들어선다. 스타디움 안으로 들어선 선수는 분위기를 주도한다.

우승 경쟁을 펼쳤던 버바 왓슨은 1라운드에서 멋지게 온 그린에 성공한 뒤 관중석을 향해 선글라스를 던졌다. 필 미켈슨은 3라운드 때 티샷 후 그린으로 향하면서 관중석으로 럭비공을 던지며 분위기를 띄웠다. 말 그대로 축제다.

피닉스오픈이 남긴 의미는 크다.

지난 1월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호텔에서는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테일러메이드의 마크 킹 회장과 PGA of America의 테드 비숍 회장, 그리고 월스트리트가 선정한 최고의 비즈니스 역량가 게리 하멜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1000여 명의 참석자 앞에서 ‘위기에 빠진 미국 골프의 활성화’라는 주제로 발표의 시간을 가졌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골프시장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 째 위기에 놓여 있고 이는 곧 전 세계 골프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골프인구의 감소다. 특히 18∼34세의 젊은층에서 골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골프인구는 2004년 이후 10년 간 540만 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게리 하멜은 골프의 활성화를 위해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시대에 뒤떨어진 비즈니스 모델은 발전이 없다”면서 “골프는 수백 년 넘게 전통만 고집하면서 괴롭힘을 당해왔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때다”라며 ‘혁신’을 주장했다.

50만 갤러리를 끌어 모은 피닉스오픈의 힘은 ‘혁신’이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평범한 대회를 특별한 대회로 만들었다.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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