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황금알 낳는 ‘남도 손맛’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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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반찬사업, 새 소득원 자리매김

전남 장성군 북하면 성암마을에 사는 박정희 씨(71·여)는 지난해 말 2500만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박 씨는 주식 투자를 해 본 적이 없다. 박 씨에게 두둑한 ‘연말 보너스’를 안겨 준 곳은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는 장성군 북하특품사업단. 4년 전 전남도로부터 마을반찬사업장으로 선정된 사업단은 창업 멤버인 박 씨 등 8농가에 매년 이익금의 일부를 나눠 주고 있다. 사업단은 지난해 장아찌, 젓갈 등 30여 가지 반찬을 팔아 12억5000만 원을 벌었다. 매출액의 절반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주 등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정병준 북하특품사업단 대표(38)는 “배당금과 인건비 등을 합치면 벼농사 수입의 두 배가 넘는다”며 “일자리를 만들고 농가 소득까지 올리는 등 마을반찬사업이 농촌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 줬다”고 말했다.

○ 농어촌 새 소득원

지난해 11월 강진군 강진읍 5일 시장 입구에 마을반찬사업장인 ‘김반장’을 개설한 김공자 씨(63·여)는 요즘 첫 출하를 앞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다. ‘김반장’은 김치, 반찬, 장아찌를 판매한다고 해서 메뉴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 김 씨는 동네 주민 5명과 함께 갓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등 김치류와 멸치볶음, 게장 등 반찬류, 참나물장아찌, 송이버섯장아찌, 가시오가피장아찌 등 장아찌류를 판매할 예정. 강진남도내림솜씨회장인 김 씨는 시할머니에게서 전통 음식 요리법을 전수받아 30년 넘게 결혼식 이바지 음식을 만들어 왔다. 김 씨는 “먹을거리가 부족한 겨울에 말린 나물 등을 만들고 숙성이 중요한 장아찌를 제조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신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마을반찬사업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로 김치, 장아찌, 깻잎, 청국장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마을반찬사업은 농어촌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남도가 2009년 전국에서 처음 시작했다. 마을 부녀회, 생활개선회, 음식연구회 등에 지원금을 줘 작업장, 포장기, 세척기, 저온저장고 등 위생적인 시설을 갖추고 반찬을 만들도록 했다. 마을반찬은 식재료와 양념부터 깐깐하게 고른다. 소금과 간장도 최고 품질을 사용한다.

○ 어머니 손맛 명성

남도의 청정 농수산물에 시골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손맛이 더해진 마을반찬사업이 농어촌의 새 소득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참여 인원은 334명, 지역 친환경 농산물 소비량도 1006t으로 2012년 305명, 818t보다 10∼20% 늘었다. 시작 첫해인 2009년에는 참여 인원 23명, 매출은 7억 원, 지역 농수특산물 소비량은 41t에 불과했다. 13곳으로 출발한 마을 수도 매년 10곳 이상 꾸준히 늘어 지난해는 63곳으로 확대됐다. 1억 원 이상 매출 사업장도 장성 북하특품사업단, 해남 고천암영농조합법인, 송계복 청국장, 완도 소안면 참다시마, 보성 정드림영농조합법인 등 7곳이나 된다.

전남도는 마을반찬사업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대형 유통업체에 ‘마을반찬 전문 코너’를 개설하고 전남도 쇼핑몰인 ‘남도장터’에 입점하는 등 온·오프라인 판매 체계를 구축했다. 제조시설 현대화와 경영마인드 교육, 소포장과 반찬 꾸러미 상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전남도는 올해 10곳의 신규 사업장을 선정해 업체당 7000만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서은수 전남도 식품유통과장은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깊은 맛을 내는 마을반찬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며 “수도권 소비자를 겨냥해 소포장 상품을 개발하고 반찬 코너를 추가로 개설하는 등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성암마을#반찬사업#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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