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전화영업 금지에… 텔레마케터만 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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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편법영업 집중단속”… 8만명 대부분 저임금 女근로자
상당수 강제휴가에 생계 위협받아… 일부 대리점선 부당해고 움직임

금융당국이 3월 말까지 금융회사의 전화영업(TM·텔레마케팅)을 전면 금지한 뒤 일부 금융사의 편법 영업 움직임이 포착돼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국의 강력한 조치로 생계 위협에 내몰린 텔레마케터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화영업 금지 조치를 피해 일부 금융사의 변칙 영업이 늘어날 것을 대비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앞서 금융당국은 소비자를 직접 접촉하지 않는 비대면 방식의 영업활동에서 개인정보가 불법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지난달 27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일부 보험사를 제외하고 전화나 문자메시지, e메일을 이용한 영업을 전면 중단시켰다.

정상적인 전화영업이 금지되자 일부 텔레마케터들은 대포폰을 개통해 전화영업을 계속하거나 집에서 인터넷 전화로 계약자를 모집해 계약 체결 단계에서 영업점으로 넘기는 편법 영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런 편법 영업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며 “동시에 텔레마케터의 고용과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보완책이 있는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카드, 보험, 캐피털 등 금융회사에 소속돼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터는 6만∼8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이 외주업체에 소속돼 있으며 10명 중 8명 이상이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의 여성 근로자다.

전화영업 금지 조치 이후 텔레마케터의 신규 채용이 중단되고 일부 외주업체와 보험대리점들이 이들을 해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텔레마케터 상당수는 지난달 말부터 강제 휴가나 교육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텔레마케터 고용을 유지하고 기본급을 지급하라”고 ‘긴급지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화영업을 금지시키면서 관련 인력을 해고하지 말라는 당국의 방침에 대해 금융업계에서는 “횡포에 가까운 무책임한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사가 고용을 유지한다고 해도 텔레마케터의 대부분이 기본급보다는 실적에 따른 수당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 보험사의 외주 텔레마케팅업체 소속인 이모 씨는 “사고가 난 건 카드사이고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건 금융당국인데 정당하게 일하고 있는 우리가 희생양이 됐다”며 “강제 휴가에 들어간 동료 중에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단속을 피해 집에서 영업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텔레마케터들이 사금융 시장으로 옮겨가 불법대출을 중개하는 음성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텔레마케터가 경력단절 여성이 손쉽게 재취업할 수 있는 대표 업종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지면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TM 관련 단체인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는 5일 금융당국과 국회에 전화영업 재개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황규만 협회 사무총장은 “당국이 합법적으로 일하는 생계형 텔레마케터들을 불법 정보를 활용해 사기를 치는 범죄자로 몰고 있다”며 “보완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텔레마케팅업체는 개별적으로 6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화영업 금지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텔레마케팅#평법영업#금융사#전화영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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