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오명’ 인사이트펀드 원금 회복 눈앞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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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수익률 ―51%서 +70%까지 등락
출시 6년만에 누적 ―5% 기록

‘반토막 펀드’ ‘몰빵 펀드’ ‘꼭짓점 펀드’ 등 다수의 명예롭지 않은 별명을 갖고 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가 출시된 지 6년여 만에 원금 회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설정일 이후 수익률은 지난달 말 기준 ―5%.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이지만 한때 60%를 넘었던 손실률을 감안하면 회복의 정도는 크다.

인사이트 펀드는 주식형 펀드의 광풍(狂風)을 타고 2007년 10월 말 시장에 나오자마자 한 달 동안 4조 원이 넘는 돈을 끌어모았다. 이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직장인들은 점심을 굶고 은행에서 긴 줄을 서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수익률은 반 토막 났고, 투자자들의 눈물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보기 드문 ‘비운의 펀드’로 불려 왔다.

수익률이 회복되긴 했지만 회사와 창업자의 브랜드 파워를 믿고 긴 세월을 견뎌 온 투자자의 피눈물이 완전히 마르기까지는 아직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투자대상 국가를 보면 글로벌 경기가 보인다

인사이트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에 올랐던 2007년 10월 31일 설정됐다. 이때 미래에셋은 “지역에 상관하지 않고 수익이 나는 곳이면 어디든 투자하겠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이 펀드의 설정액은 2008년 초 4조7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국내외 주식형펀드 가운데 대형 펀드의 설정액이 많아봐야 수천억 원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몰려들었는지 알 수 있다.

‘열풍’이 ‘원성’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펀드의 출시 시점 자체가 워낙 글로벌 증시의 꼭짓점이었던 점도 문제였지만,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를 표방하면서도 중국 주식에만 ‘다 걸기’하다시피 한 투자기법이 화근이 됐다.

인사이트 펀드의 중국 투자 비율은 2008년에 62.6%. 그해 중국 증시의 버블이 붕괴돼 6,000이 넘었던 주가는 2,000 선으로 내려앉았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번졌고 펀드 수익률은 빠르게 미끄럼을 탔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펀드를 내놓았다. 펀드 설정액은 3년여 만에 2조2000억 원대로 절반 넘게 줄어들었고 올해 초에는 1조2000억 원대로 떨어졌다.

미래에셋은 2011년 이후 투자처를 미국으로 옮겼다. 안선영 투자전략본부장은 “미국의 소비, 투자 심리가 모두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주택경기도 회복되고 있어 당시 최적의 투자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 비중을 처음으로 늘린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1년 수익률이 ―16.7%나 됐다. 하지만 이후 유럽 위기가 안정되고 미국 경제가 회복의 속도를 높이면서 인사이트 펀드는 2012년 1.2%, 지난해 26.3%의 수익을 냈다. 이 펀드의 미국 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69.2%. 또 다른 ‘다 걸기’였지만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물가 감안한 실질 수익률은 아직 마이너스

2008년을 제외하면 사실 인사이트 펀드의 수익률은 그리 나쁘지 않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인사이트 펀드의 2009년 이후 5년간 수익률은 116.9%다. 2007년 설정된 해외 주식형펀드 중 두 번째로 높다. 5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도 같은 회사에서 운용하는 글로벌 그레이트 컨슈머 펀드(130.1%)다.

최근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사이트 펀드의 설정일 이후 수익률도 곧 수익 구간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 금리와 운용보수 등을 감안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마이너스 폭이 크다. 같은 금액을 연 3% 수준인 정기예금 상품에 넣었다면 현재 약 16%의 이자 소득을 챙길 수 있었다. 또 지금까지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 수익률은 ―5%보다 훨씬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인사이트 펀드는 한국 자본시장 발전사에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역사에 ‘만일’은 없지만 만일 이 펀드가 2008년의 큰 실패를 하지 않았다면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지금처럼 줄어들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향후 인사이트 펀드의 투자 전략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 달러 추가로 줄이기로 결정해 글로벌 증시가 다시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라 집중 투자 전략이 얼마나 먹힐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인사이트 펀드가 앞으로 채권, 원자재, 통화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활용한다면 수익률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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