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고 학교 양도… 면죄부 판결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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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학교존립 무관… 처벌안돼”
교육계 “영리수단으로 악용 우려”

거액을 받고 이사장직을 넘겨주는 방법으로 학교법인을 팔려고 한 이사장에게 대법원이 ‘면죄부’를 줬다. 학교 존립과 법인 운영에 영향이 없다면 학교법인 매매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사립학교 법인 영월 석정학원의 경영권을 16억5000만 원에 사고판 혐의(배임수재 및 증재)로 기소된 양모 씨(82·여)와 박모 씨(61)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년과 추징금 8억2500만 원,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9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석정학원의 전 이사장인 양 씨는 2008년 5월 학교법인 경영권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16억5000만 원을 받고 2009년 11월 박 씨가 차기 이사장에 선출되도록 했다.

재판부는 “학교법인 운영권의 유상 양도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형사처벌할 수 없다. 학교법인 임원 선임의 대가로 양도대금을 주고받는 청탁이 있었더라도 학교법인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 명백하지 않아 배임수재 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학교법인을 유상 양도할 때 교비 횡령이나 부동산 처분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말 검찰은 75억 원을 주고 진명학원 이사장직을 거래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증재)로 장안대 학교법인 이사장 류모 씨(58)를 구속기소했다. 또 학교 이사장직과 이사 자리를 넘겨 달라는 청탁과 함께 3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김모 전 호원학원 이사장(60)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거래에는 학교용지 가액이나 이전 차익금을 미끼로 사학 매매를 홍보하는 전문브로커가 끼여 있었다. 교육계 관계자는 “앞으로 학교 구성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복덕방 매물이나 신문 광고에 ‘○○학교 운영권 50억 원 매매’라는 문구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학교 법인 유상 양도#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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