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에 또 기름유출 악몽… “미역 양식장 어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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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신덕마을 설날 날벼락… 유조선 접안때 평소 3배 속도 충돌
1만L 유출 추정… “사흘째 방제 역부족”

시커먼 기름 아무리 걷어내도… 설날인 1월 31일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한 전남 여수 신덕마을 해안에서 2일 경찰, 공무원, 군인, 자원봉사자들이 흡착포와 뜰채로 방제작업을 펼치고 있다. 신덕마을은 135어가가 양식장 120.8ha에 톳, 미역, 바지락, 개조개 등을 키우고 있어 원유 유출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여수=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시커먼 기름 아무리 걷어내도… 설날인 1월 31일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한 전남 여수 신덕마을 해안에서 2일 경찰, 공무원, 군인, 자원봉사자들이 흡착포와 뜰채로 방제작업을 펼치고 있다. 신덕마을은 135어가가 양식장 120.8ha에 톳, 미역, 바지락, 개조개 등을 키우고 있어 원유 유출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여수=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일 오전 11시 전남 여수시 신덕동 신덕마을 바닷가. 흡착포 수천 개가 바다에 흉물스럽게 떠 있었다. 신덕마을 주민 곽금자 씨(73·여)는 해안가에서 시커먼 원유가 달라붙은 흡착포를 건지던 중 “설날부터 마을 주민 400여 명이 유출된 원유 제거작업에 3일째 매달리고 있는데 역부족”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덕마을은 1월 31일 원유 유출사고가 발생한 여수 낙포 원유 2부두 GS칼텍스 선석(잔교)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 선석은 유조선이 원유를 내리기 위한 시설로 낙포 원유 1·2부두에 8개가 있다.

유출사고가 발생한 직후 시커먼 원유가 신덕마을 해안 양식장을 덮쳤다. 신덕마을 위쪽에 오일펜스를 설치했지만 이미 원유가 해안가에 유입된 뒤였다. 신덕마을은 135어가가 양식장 120.8ha(약 36만 평)에 바지락 개조개 톳 미역 등을 키우고 있다. 어촌계장 김정기 씨는 “신덕마을은 1995년 7월 사파이어호가 GS칼텍스 선석에 원유를 내리기 위해 접안하다 암초를 들이받아 원유가 유출돼 피해를 봤다. 또다시 같은 인재(人災)가 반복돼 바지락 등 어장 120ha 전부가 황폐화할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원유 유출사고 직후 조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신덕마을 쪽으로 원유가 흘렀다. 사고 지점에서 12km 떨어진 청정해역 한려수도나 여수엑스포장까지는 아직 원유가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사흘째인 이날 사고 지점에서 남쪽으로 1010함 등 해경 경비함 10여 척이 바닷물을 쏘아 원유 띠나 기름막(유막)을 분쇄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소량의 원유 띠는 사고 지점에서 오동도 앞바다로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2일 경남 남해 쪽 해안에 기름막이 넓게 형성됐고 일부는 노량해협까지 흘러갔지만 3일경에는 방제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해경은 이번 원유 유출사고가 1월 31일 오전 10시 싱가포르 국적 16만 t급 유조선 W호가 원유를 내리기 위해 GS칼텍스 선석에 접근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W호가 선석 안쪽 30도 각도로 돌진하면서 지름 45∼91cm의 원유·나프타·디젤 송유관 4개가 200m 정도 무너지거나 바닷속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원유는 바다를 오염시켰고 나프타는 악취를 유발했다.

여수해경은 W호가 접안을 할 때 시속 3.7km 이하로 접근해야 하지만 시속 11km로 돌진한 것을 확인했다. 과속으로 속도를 줄이지 못해 정상 운항 궤도를 벗어나 선석 안쪽으로 500m 돌진한 것으로 보인다. W호의 선장 김모 씨(38), 유조선 정박을 안내하는 도선사 2명이 운항 부주의로 사고를 냈다고 보고 처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사고 발생 시간과 관련해 신덕마을 통장 조현근 씨(67)는 “1월 31일 오전 9시 35분 원유 냄새가 나 어선을 몰고 바다로 나가 보니 기름띠가 밀려오고 있었다”며 “모래나 갯바위에 묻은 원유를 제거하는 데 최소 2주일 정도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사고현장에서 “원유 유출량이 1만 L라고 예상했지만 여러 사항을 고려해 정확한 양을 추산 중”이라고 말했다. 원유 드럼통 1개는 200L. 일부에서는 송유관 길이, 지름 등을 감안해 10만 L 이상이 유출됐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유출량은 1만∼2만 L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수=이형주 peneye09@donga.com / 강홍구 기자
#여수 기름유출#미역 양식장#여수 신덕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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