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2030 난임… 스트레스-인스턴트 음식 피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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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가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근종 등 난임 위험이 있는 부인성질환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예방이 어렵다. 동아일보DB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가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다낭성난소증후군, 자궁근종 등 난임 위험이 있는 부인성질환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예방이 어렵다. 동아일보DB
결혼 1년 차인 주부 최모 씨(29)는 이번 설에 남편과 함께 시댁을 찾았다. 시댁 식구들은 “이제 슬슬 애를 가져야지” 하며 최 씨 부부를 재촉했다. 시부모는 ‘며느리의 나이가 어려서 그마나 다행’이라고 했지만 최 씨에겐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배란 장애로 월경을 제때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배란 장애는 난임(難姙)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난임은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부정적인 의미인 ‘불임’이라는 의학 용어 대신 사용하는 것으로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해도 1년이 넘도록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난소 기능은 35세 이후 급격히 떨어진다. 난소 기능이 퇴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씨처럼 젊은층에서도 난임을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김미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0, 30대 여성에게서도 배란 장애, 자궁내막증, 조기 폐경 등 난임을 초래하는 질환이 자주 발견된다”며 “이는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다낭성난소증후군, 극복 가능한 난임 질환


배란에 문제가 생기면 임신이 힘들다. 2012년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5∼49세 여성의 난임 원인 중 16.6%는 배란 장애로, 원인 불명(46.3%), 나팔관 장애(19.1%)에 이어 3위다.

배란 장애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다낭성난소증후군이다. 청소년기와 미혼 여성에게서 자주 나타난다. 증상은 세 가지다. 즉 △월경을 주기적으로 못 하거나 △남성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거나 △초음파상으로 난소에 여러 개의 작은 난포(난자를 둘러싼 세포막)가 발견될 때다. 이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이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이다.

이는 초음파 검사를 받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다. 불규칙적인 월경과 함께 여드름이나 다모증, 비만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을 앓는 김모 씨(26)는 “산부인과 검진을 받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며 “병원에서 ‘임신 전까지는 매달 호르몬제를 복용해 월경 주기를 맞추라’고 했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하면 불임의 위험이 있다. 젊은 여성들이 조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다낭성난소증후군은 극복 가능한 질환이다. 김 교수는 “피임약, 배란유도제 등을 통해 배란기를 맞출 수 있다”며 “그때엔 임신에 성공할 수 있으니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 조기 폐경 젊은 층에서도 많아

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은 난소 질환은 치료가 가능하지만 일부 질환은 극복하기 힘들다. 중증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조기 폐경 등이 그 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속에 있어야 할 내막이 자궁 바깥에 생긴 경우다. 난소나 복막, 나팔관 등에 내막이 유착돼 다른 장기의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 자궁이 커지진 않는다. 반면 자궁선근증은 자궁내막이 자궁 근육층 안에 있을 때를 말한다. 내막이 근육층에서 성장해 자궁이 커진다. 중증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모두 수술로도 난임 극복이 어려운 질환이다.

조기 폐경도 임신을 유도하기 힘들다. 폐경은 주로 40, 50대 갱년기 여성에게 찾아오지만 요즘엔 20, 30대 여성에게서도 자주 발견된다. 이는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등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은 “젊은층에게서 발병이 증가하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스트레스나 환경호르몬, 잦은 인스턴트 음식 섭취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난임, “늦은 결혼이 제1 원인”

사실 난임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다. 신용덕 호산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난자의 배란과 정자의 기능 모두 정상인 경우, 즉 남녀 모두 문제가 없는 부부도 난임 클리닉을 많이 찾는다”며 “스트레스 등 진단이 힘든 심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난임의 제1요인은 역시 ‘늦은 결혼’이라는 것이 의사들의 중론이다.

김 교수는 “임신 중에는 배란이 되지 않아 자궁내막이 튼튼해진다”며 “가임기 여성이 늦게까지 임신하지 않고 월경을 계속하면 자궁내막에 질환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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