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더 인터뷰] 조정훈 “다시 마운드 올라도 난 스플리터 던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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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3일 07시 00분


롯데 조정훈은 지난해 큰 교훈을 얻었다. 최근 3년간 3차례나 수술을 받았던 그는 복귀를 서두르다 재활에 실패해 결국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 시즌 복귀도 어려운 조정훈은 장기적 안목으로 완벽하게 부상을 털고 일어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롯데 조정훈은 지난해 큰 교훈을 얻었다. 최근 3년간 3차례나 수술을 받았던 그는 복귀를 서두르다 재활에 실패해 결국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 시즌 복귀도 어려운 조정훈은 장기적 안목으로 완벽하게 부상을 털고 일어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올해도 복귀 무산 SF볼 달인 롯데 조정훈

롯데 조정훈(29)은 2009년 다승왕이다. 그의 폭포수 같은 스플리터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 장원준으로 구성된 선발진에 조정훈까지 가세한다면 올해 롯데는 선발투수 5명만으로도 우승 후보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조정훈은 올해도 마운드에 설수 없다. 최근 3년간 그는 2차례의 팔꿈치수술과 1차례의 어깨수술을 받았다. 마운드 복귀를 위해 하루하루 자신과 싸우고 있다. 조정훈의 꿈은 건강한 몸으로 내년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몸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해 복귀를 서두르다 재활과정에서 실패한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그가 자신의 바람대로 내년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길 기대한다. 10개 구단이 1군에서 겨루는 2015년에는 마운드에 선 조정훈을 꼭 보고 싶다.

내 상황이 화가 났었다…그 결과는 또 부상
이젠 맘 비우고 재활만…그게 최고 부활책

스플리터 때문에 팔꿈치가 상했다? 천만에
망설임 있다면 문제…더 과감하게 던질 것


● 3월까지는 아령운동과 워킹훈련!

-반갑다. 얼굴이 환하다.

“그렇습니까? 요즘 마음이 편합니다.”

-재활이 잘 진행되고 있어서 그런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마음이 참 얼마나 중요한 건지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무슨 마음을 어떻게 먹었길래….

“지난해까지는 화가 많이 났습니다. 아픈 것도 화가 나고, 롯데가 지는 것도 화가 나고, 제가 처한 상황도 화가 나고요.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수술을 안 했더라면? 아프지 않았더라면? 재활이 잘 됐더라면?’, 주어진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지고, 서두르게 되고…. 하지만 결과는 더 나빠지고….”

-지금은?

“오늘 하루만 생각합니다. 재활을 즐겁게 하려고 합니다. ‘언제 마운드에 오르겠다’, 이런 거창한 목표는 없고요. ‘오늘 주어진 프로그램을 열심히 즐겁게 하자’, 그런 생각만 합니다.”

-마음을 비웠구나?

“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수술, 재활 같은 것들이 아쉽고 3년, 4년 공백, 이런 게 아쉬웠어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앞으로 한 10년은 제가 공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이 있더라고요.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요즘 스케줄은?

“간단합니다. 하루 워킹 1시간, 그리고 아령운동 1시간 반이 전부입니다.”

-훈련량이 많지는 않구나?

“지난해 일본에서 수술했는데, 그쪽에서 준 스케줄입니다. ‘욕심을 내서 절대 더 이상 훈련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더라고요. 지금은 더 하고 싶어도 참는 게 훈련이랍니다. 몸이 근질근질하지만 3월까지는 이게 다입니다.”

● 예정대로라면 6월부터 공을 만질 계획!

-3월 이후는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나?

“일본에 가서 팔 상태를 진단받고, 다시 훈련프로그램을 받아요.”

-공은 언제부터?

“예정대로라면 6월부터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에 들어갑니다.”

-시즌 중에 복귀는 어려운 건가?

“제 생각에 올해는 재활뿐입니다. 복귀하기 위해 재활하는 것이지만, 복귀 생각은 당분간 지우려고요. 어차피 늦었는데 서두를 생각 없습니다.”

-사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는 컨디션이 좋았다.

“좋았죠. 몸 상태가 80% 정도 회복됐고, 사이판캠프 때는 피칭도 했으니까요.”

-어떻게 몸에 이상이 온 건가?

“일본에서요. 날씨가 좀 차가워서 그랬는지 몰라도, 팔이 안 좋아졌어요. 그때 이미 팔꿈치에 이상이 온 거죠.”

-7월에는 미국에서 주사도 맞고 약물치료도 했다.

“2010년에 처음 팔꿈치 수술을 할 때 미국에서 했거든요. 미국 갈 때는 재수술까지 생각했는데, 수술 대신에 약물치료를 권하더라고요. 수술 안하고 약물로 치료 가능하다면서요. 근데 결국 성과가 없었죠.”

-그래서 일본으로 간 건가?

“네. (2013년) 11월에 일본 게이유정형외과에서 수술했어요. 늘어난 인대수술과 뼛조각제거수술을 함께 했어요.”

-뼛조각은 몰랐던 거잖아?

“네. 뼛조각이 3개나 돌아다녔는데, 발견한 건 행운이었죠.”

-이번에는 오른쪽 무릎인대를 이식했다며?

“네. 2010년 처음 수술할 때는 왼쪽 무릎 뒤쪽의 인대를 이식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 인대를 잘라냈죠.”

-팔꿈치 때문에 양쪽 무릎까지 고생했구나.

“그러게요. 다 좋아질 겁니다.”

-용마고 다닐 때도 많이 아팠잖아? 2학년 때 발목 부러지고, 3학년 때 손목 부러지고….

“이제는 진짜 아프지 않고 싶습니다. 근데 다시 아파도 견딜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아파도?

“그런 시간이 다시 온다하더라도 실망하거나 화내지 않을 겁니다. 그런 시간이 또 저에게 주어진다면, 그건 또 제 시간이니까 또 해야죠.”

● 마운드에 올라가면 스플리터 던져야죠!

-팔꿈치 수술과 스플리터를 연관지어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

“그 이야기 저도 많이 들었습니다. 근데 저는 지금도 제가 스플리터를 많이 던져서 팔꿈치를 다쳤고, 그래서 수술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플리터를 많이 던지는 것은 분명하다.

“스플리터는 제가 가장 잘 던지는 공이고, 자신 있는 공입니다. 언젠가 KIA 선동열 감독님이 ‘부상은 많이 던져서라기보다는 잘못된 투구폼에서 온다’고 말씀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제 폼이 잘못된 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플리터를 즐겨 던지는 이용찬(두산)도 팔꿈치 수술을 했다. 역시 수술과 스플리터는 연관관계가 없다고 이야기했지.

“용찬이도 폼 예쁘잖아요. 포크볼이나 스플리터를 많이 던져서 팔꿈치가 손상된다면, 일본의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도 팔꿈치에 이상이 생겼겠죠. 다나카도 포크볼 많이 던지잖아요.”

-다시 마운드에 선다면 스플리터를 던질 생각인가?

“네. 마운드에 선다는 건 팀을 대표하고 상대 타자를 이겨야 하는 건데, 스플리터를 던지는 데 망설임이 있다면 문제가 있는 거죠. 더 과감하게 던질 겁니다.”

-올해 롯데는 선발진이 좋다. 유먼, 옥스프링, 송승준, 장원준. 여기에 조정훈까지 있으면 정말 꿈의 선발진이 아닌가?

“속상하네요. 거기에 제가 없어서…. 내년에 그 자리에 설수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 안 되면 내후년에라도….”

● 지금 꿈은 내년 스프링캠프에 가는 겁니다!

-올해 목표는 뭔가?

“목표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목표가 생기면 자꾸 빨라지더라고요. 지금 저는 느리게 해야 하거든요.”

-자신에게 바라는 것 한가지쯤은 생각해봤을 것 같은데?

“목표라기보다는 꿈입니다.”

-꿈?

“네. 정말 꿈입니다. 건강한 몸으로 내년 스프링캠프에 가는 겁니다. 얼마 전에 길거리에서 팬을 만났습니다. 요즘 저 알아보시는 분 별로 없는데, ‘조정훈 선수 기다리는 팬 많습니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제 아프지 마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힘들 때 그런 팬이 힘이 되곤 하지.

“저 올해 서른 살입니다. 마흔 살까지 야구 할 겁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꼭 마운드에 갈 겁니다. 내년을 위해 준비하고, 내년이 안 되면 내후년을 위해 준비할 겁니다.”

-그래, 빨리 돌아오라는 말은 못하겠구나.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랄게.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롯데 응원 많이 해주십시오.”

● 조정훈은?

▲생년월일=1985년 5월 3일
▲키·몸무게=188cm·95kg(우투우타)
▲출신교=양덕초∼마산중∼용마고
▲프로 지명·입단=2005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 롯데 지명·입단
▲통산 성적=95경기 382.1이닝 25승17패4홀드(방어율 4.35) 317탈삼진
▲2014년 연봉=77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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