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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동네서점 “지금 서점하는 사람 제정신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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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동네서점 “지금 서점하는 사람 제정신 아닙니다”

동아일보입력 2014-01-10 03:00수정 2014-01-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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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문화진흥원 지방서점 실태조사 동행 취재
1955년 문을 연 뒤 60년 가까이 이어온 경남 창원시 학문당의 권화현 대표가 부친이 서점을 열 당시의 사진(왼쪽)을 보며 서점의 역사를 떠올렸다. 서점은 지금 경영난으로 폐점 위기에 처해 있다. 창원=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지금 서점 운영하는 사람들은 제정신 아닙니다. 배운 게 이거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죠.”

6일 경남 창원시 학문당 서점에서 만난 권화현 대표(58)는 이렇게 말했다. 1955년 문을 연 학문당은 권 대표가 부친 고 권재덕 전 대표에 이어 2대째 운영하고 있다. 매장 면적 330m² 이상 규모인 전국 서점 중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하지만 권 대표는 아들에게 서점을 물려줄 계획이 없다. 서점 운영으로는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옛 마산시 중심가였던 창동에 자리 잡은 학문당은 한때 지역 명소였다. 대형 서점도, 인터넷 서점도 없던 1990년대 중반엔 하루 매출이 많을 땐 1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 70만 원을 겨우 채운다. 한 달 적자만 600만∼700만 원이다.

손님이 끊긴 학문당의 분위기는 경영 사정처럼 을씨년스러웠다. 2008년 56곳이었던 마산합포구의 서점은 5년 새 절반도 안 되는 21개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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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서점의 어려움은 가속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6, 7일 부산 2곳, 대전 2곳, 경남 창원시 1곳, 충남 공주시 1곳 등 지방 서점 6곳을 돌며 실태조사를 벌였다. 대상은 개인이 운영하는 지역의 거점 서점들이다. 동아일보가 동행 취재했다.

1988년 개점한 부산의 남포문고도 10년 전 하루 1600만∼1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금은 하루 800만∼900만 원으로 줄었다. 직원 수도 40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6일 오후 남포문고 매장 2층엔 손님이 10명도 채 안 됐다. 매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여기 와선 인터넷 서점에서 살 책 내용을 확인만 한다. 인터넷으로 사면 훨씬 싼데 여기서 살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부산 최대 도매서점인 한성서적에서는 지역 서점의 어려움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1970년 문을 연 한성서적은 부산, 울산, 경남 김해시의 크고 작은 서점에 책을 공급한다. 지방 도매상 중 가장 오래된 서점이다. 이곳도 5년 전에 비하면 매출액이 30%가량 줄었다. 직원은 40명에서 25명이 됐다. 한성서적이 공급하는 부산 소매 서점도 10년 전 250곳에서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충남 공주시 국민도서는 활황이던 2000년 당시 660m² 매장에서 연 매출 18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5억 원에 그쳤다. 매장은 3분의 1로, 직원은 8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대전둔산점 내에 위치한 둔산문고는 매출이 2009년 8억 원에서 지난해 14억 원으로 반짝 늘었다. 하지만 둔산문고 이준탁 대표(52)는 “매출 증가는 인근 대형서점인 대훈서점이 지난해 문을 닫아서 생긴 반사이익일 뿐이다. 현재도 손익분기점을 못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둔산문고 매장 내 손님은 창원이나 부산 서점보다는 많았다. 고객들은 다른 물건을 사러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서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지방 서점의 붕괴는 인터넷 서점의 매출 확장과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기업체가 운영하는 서점의 지점 개설 때문이라는 것이 서점 대표들의 자체 진단이다. 지방 서점 대표들은 인터넷 서점이 무차별적으로 책을 할인해 팔 수 없도록 도서정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 출판사들이 책을 공급해 주지 않아 책이 없어 고객의 발길이 끊기는 악순환의 문제도 지적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통계에 따르면 전국 서점 수는 2003년 3589곳에서 2011년에는 2577곳으로 29%가 줄었다.

창원=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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