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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利己밀어붙이기, 더는 안먹히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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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利己밀어붙이기, 더는 안먹히게 해야

동아일보입력 2013-12-31 03:00수정 2013-12-3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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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철회/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국민 불편 이제 해소되려나 30일 철도노조가 21일 만에 파업을 철회한 가운데 철도정비 기지창인 서울 은평구 수색동 수색차량사업소에서 한 직원이 정차된 열차를 닦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오전 출근시간대에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1호선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2일간 지속됐던 철도 파업이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던 만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게 됐고, 철도노조는 무더기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 파업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많은 국민이 3주가 넘는 동안 열차 운행 감소에 따른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또 정부와 코레일이 노조와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갈등으로 서로 치닫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정부와 코레일의 소통 능력 부족 △불법 행위를 앞세우는 노조의 구태 △해결보다 정쟁에만 몰두하며 갈등을 부추긴 정치권의 무능이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 소통하되 단호해야

철도파업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끄는 정부의 역할이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상 국민에게 개혁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해야 제2, 제3의 철도파업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사태의 경우 정부가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것에만 적극적이었다. 정작 이해당사자와 국민에게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에는 소홀했다. 그사이 철도파업은 ‘민영화 반대’ 프레임을 등에 업고 정권 퇴진 운동으로 변질됐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이번 파업 사태는 정부가 여론전에서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아 갈등을 키웠다”며 “앞으로 공공기관 개혁 과정에서 비슷한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개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치밀하게 논리를 만들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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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이 정부와 노조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물론 공기업이 정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정부 방침에 끌려 다니면 오히려 사내 여론을 파악하는 데 소홀해 이번 파업처럼 노조와의 소통이 단절될 수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정부가 수서발 KTX 분리를 발표했을 때 코레일이 노조의 내부 기류를 정확히 파악했다면 미리 정부와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영진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노조와 소신껏 소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파업 이후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코레일에는 파업을 벌였다 징계를 받은 노조원에게도 추후 징계가 취소되면 임금과 위로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처럼 파업이라는 큰 파도가 지난 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처리하는 기업 풍토는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 ‘편가르기’와 ‘떼법’은 과감히 버려야

이번에 정치권은 뒤늦게나마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파업 철회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전까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부와 코레일의 강경대응을 바라만 보며 그저 “불법 파업은 안 된다”는 논리만 되풀이했다. 강경대응의 장단점을 지적하며 막후에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도 철도노조의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채 노조의 ‘대변인’ 역할에 충실했다. 이런 식의 편들기는 사태 해결은 고사하고 양측의 감정만 자극했다. 다행히 뒤늦게 여야가 발 벗고 나서면서 파업 철회 결정을 얻어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불편과 고통은 이미 한계점에 이른 상황이었다. 정정화 강원대 교수(공공행정학과)는 “슈퍼 갑(정부)과 을(노조)을 조정할 수 있는 세력이 없는데 그 역할을 국회가 해주면 좋겠다”며 “물론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최대한 중립적으로 다독거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에도 ‘떼법’이라는 카드를 버리지 않았다. 파업의 불법성 여부를 떠나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주장은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국민들은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대통령의 발언까지 부정하는 노조의 파업에 쉽사리 지지를 보내기 힘들었다. 떼법이 아니라 노조의 의견을 사측에 정당하게 개진하는 시스템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

○ 공권력 법 적용 엄격히 해야

28일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역시 불법 행위가 어김없이 나타났다. 특히 시위대의 불법 도로 점거는 공권력의 소극적 대응과 맞물리면서 서울 한복판을 마비시켰다. 도로 점거는 과거 화염병 쇠파이프처럼 집회 현장의 ‘전가의 보도’가 됐다. 이를 막으려면 현장의 경찰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엄격한 법 적용이 필수적이다.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

다행히 철도파업은 해를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에도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굵직한 노동 현안이 줄지어 있다. 모두 노사 및 노정 간 이해 차이가 큰 문제들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지고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노사 협상에만 맡겨놓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않다”며 “국민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냉철하게 바라본다는 것을 잊지 말고 이런 문제를 깊이 있게 풀어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starsky@donga.com·김수연
세종=송충현 기자
#철도파업#철도노조#철도 민영화#공권력 법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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