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쏴도 들어갈걸요” 4.225m의 명사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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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투 백발백중 우리은행 박혜진
시즌 34개 모두 성공 신기록 5개차… 고1때 하루 1000개 던지니 감잡혀
남자 1위 KT 조성민은 89.6%

우리은행 박혜진(23)이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연습체육관에서 스카프로 두 눈을 가린 채 자유투를 던지고 있다(왼쪽 사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경기 중에 실제로 눈을 감고 자유투를 성공시킨 적이 있다. 박혜진이 던진 공은 아쉽게 림 안에서 튕겨 나왔다. 그는 올 시즌 얻어낸 34차례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키며 자유투 성공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혜진의 슈팅 동작에 대해 손목의 힘을 뺀 상태로 스냅을 잘 이용하면서 손가락 간격도 일정해 정확도가 높다고 평가했다(오른쪽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우리은행 박혜진(23)이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연습체육관에서 스카프로 두 눈을 가린 채 자유투를 던지고 있다(왼쪽 사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경기 중에 실제로 눈을 감고 자유투를 성공시킨 적이 있다. 박혜진이 던진 공은 아쉽게 림 안에서 튕겨 나왔다. 그는 올 시즌 얻어낸 34차례의 자유투를 모두 성공시키며 자유투 성공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혜진의 슈팅 동작에 대해 손목의 힘을 뺀 상태로 스냅을 잘 이용하면서 손가락 간격도 일정해 정확도가 높다고 평가했다(오른쪽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백발백중’이 따로 없다.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에서 자유투 성공률 100%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은행 가드 박혜진(23). 34개의 자유투를 얻어 모두 적중시켰다. 정선민(은퇴)이 갖고 있는 단일 시즌 최다 연속 자유투 성공 기록(39개)에 5개 차로 다가섰다. 이 부분 최다는 정선민이 두 시즌에 걸쳐 세웠던 42개. 박혜진도 지난 시즌 막판 4개를 포함하면 38개 연속 성공이다. 박혜진이 골대로부터 4.225m 떨어진 자유투 라인에 서기만 하면 시선이 온통 그의 손끝에 집중될 판이다.

○ 타고난 성격과 땀의 결실

30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만난 박혜진은 “주위의 높은 관심을 실감한다. 오히려 부담은 없다. 안 들어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 더 잘 들어간다”며 웃었다. 박혜진은 보통 여자 선수처럼 양손으로 슈팅을 하다 삼천포여고 1학년 때 원 핸드 슈팅으로 바꿨다. “정확도를 높일 목적이었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까지 하루 네 차례 1000번 이상 공을 던졌다. 처음엔 어림없이 짧던 슈팅이 차츰 자리를 잡았다.”

박혜진은 하체 움직임을 줄여 안정감을 높이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까치발을 뛰며 무릎 반동을 이용해 슈팅하는 것도 특이하다. 자신만의 밸런스 요령이라고 한다.

운동 역학 전공인 이기광 국민대 교수는 “남자 선수보다 동작이 부드럽고 과도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자유투 성공률을 높이려면 공이 날아가는 각도가 45도보다 커야 하는데 적절한 각도”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팔꿈치와 손목 등의 관절 감각과 공과 닿은 손의 피부 감각이 섬세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혜진은 결정적인 자유투를 놓친 경험도 있다. 경기 종료 직전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야 승리하거나 연장전에 들어갈 상황에서 몇 차례 실패했다. 나쁜 기억은 경기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박혜진은 지난 일은 쉽게 잊는다. 다시 집중하면 그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혜진은 눈을 스카프로 가리고 자유투를 시도했다. 비록 ‘한석봉’은 안 됐어도 공은 림에 빨려 들어갔다 튕겨 나와 동료들의 탄성을 이끌었다.

○ 자유롭지 않은 사나이

남자 프로농구 10개 구단 가운데 인삼공사의 팀 자유투 성공률은 63.7%로 최하위다. 외국인 선수 숀 에번스가 평균을 깎아먹는 주범. 에번스의 자유투 성공률은 43.8%로 외국인선수 20명 가운데 가장 낮다. 이 부문 1위는 KT 조성민으로 89.6%. 최근 인삼공사는 에번스가 연이어 자유투를 놓치면서 승기를 날려버렸다. 에번스는 하루 500개씩 개인 자유투 훈련을 하고 있지만 아직 약발은 없어 보인다. 박혜진에게 특별 과외라도 받고 싶을지 모른다. 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은 “꼭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오히려 결과가 더 나빠진다. 60%만 돼도 소원이 없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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