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다르고 내년 다르고… 학생들만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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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도 안돼 두발-복장 다시 규제…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서울지역의 학생 두발, 소지품 검사 등에 대한 관리 방침을 담은 학생인권조례가 불과 2년이 채 못돼 정반대로 변경된다. 교육계에서는 조례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전현임 교육감들의 이념 대립에 학생들만 혼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30일 학생 두발 제한,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는 내용의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진보계열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정책. 곽 전 교육감은 지난해 1월 학교가 학생의 두발을 제한하거나, 소지품 검사를 하지 못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공포했다. 하지만 현 문용린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이를 정반대로 돌린 것.

개정안은 학교가 학칙으로 복장 두발에 대한 규정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일괄검사 등 필요한 범위 내에서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학생인권조례는 소지품 일괄 검사를 금지하고 있다. 또 학생인권위원회의 권한을 줄이고 교육감의 인사권을 강화했다. 청소년 성의식 왜곡 우려로 사회적 논란이 일었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소수자’ 표현은 포괄적인 개념인 ‘개인성향’으로 바꿨다.

이 밖에 학생인권옹호관의 임명, 복무, 처우는 별도의 조례로 정하기로 한 현행 조례 내용을 삭제하고 교육감이 정하도록 했다. 학생인권옹호관은 서울지역 학교의 학생인권 침해 사안에 대한 조사 등을 맡는다.

한편 2012년 학생인권조례 공포 당시 논란이 됐던 학생 체벌 전면 금지, 학생의 학내외 집회 허용 조항은 변경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체벌 금지는 이미 상위법에 있고 학생 집회는 학교의 허락을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현 조항을 유지해도 무방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오석규 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은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지나치게 학생 개인의 권리만 강조돼 학생의 책임의식이 부족하고 교사의 학생지도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또 “현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생활지도에 관한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어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잦은 조례 개정이 학교 일선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작년까지는 이래야 한다고 지도하고, 내년부터는 다르게 지도한다면 아이들이 혼란을 빚을 것은 뻔하지 않느냐”며 “어떤 면에서는 전현 교육감들의 이념 대립 실습에 학교가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다수의 서울시의회가 보수 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의결할지는 미지수다. 개정안은 내년 1월 중순 학교 관련 기관 학생 학부모 교원 전문가를 모아 토론회를 거친 뒤 1월 말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두발 자유#서울학생인권조례#복장 두발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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