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셔서 걱정했는데, 오셨군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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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4924만원 상자 놓고 가
14년간 총 3억4699만원 선행

전북 전주시민들은 매년 이맘때면 첫눈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한 사람을 기다린다. 바로 ‘얼굴 없는 천사’다. 그는 2000년부터 매년 성탄절을 전후해 남몰래 성금을 기부해온 주인공.

올해도 이달 30일 오전 11시 15분경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50대로 짐작되는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주민센터 앞 화단의 ‘얼굴 없는 천사 비’ 옆에 돈을 놓아뒀으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짤막한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현장에 가보니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었다. 1만 원, 5만 원권 지폐와 동전 등 모두 4924만6640원이었다. 상자 안에는 A4용지에 큼지막한 글씨로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었다. 이 얼굴 없는 천사가 14년간 기부한 성금은 모두 3억4699만7360원이나 됐다.

노송동주민센터 이남기 동장은 “성금을 전달한 이의 목소리나 방식 등이 지난 13년간 찾아왔던 그 ‘얼굴 없는 천사’가 맞는 것 같다. 요즘처럼 경제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려운 이웃을 배려해주는 그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신원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몇 해 전 한 방송사에서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했지만 ‘남몰래 선행을 하는 뜻을 지켜주자’는 여론에 카메라를 철수하기도 했다.

주민센터 앞 ‘얼굴 없는 천사 비’는 전주시와 노송동 주민들이 기부자의 아름다운 뜻을 기리기 위해 2009년 세웠다. 기념비에는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전주 노송동#얼굴없는 천사#노송동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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