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영근]무기 구매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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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필자는 지난 몇 년 동안 무기체계 획득 방안에 대한 선행연구를 수차례 수행했다. 먼저 무기체계 해외 구매 획득 방식의 현안을 살펴보자.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저가 입찰이다. 현재는 성능이 일정 범위 내에 들어오고 제안가격만 낮으면 헤리티지나 기술능력이 없는 업체도 선정될 수 있다. 물론 무조건 비싼 것이 최고라는 의미는 아니다. 가격이 싸다는 의미는 단가를 줄이기 위해 그만큼 신뢰성이나 품질 측면에서 희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가격과 성능, 품질 및 신뢰성 사이의 최적화가 필요하다.

국내 개발에서도 저가 입찰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체계개발에서는 개발비용 총액의 80%를 제시해야 최고점을 받고, 제작구매의 경우에는 총액의 60%를 제안해야 최고점을 받는다. 결국 국내 업체는 선정을 위해 출혈경쟁을 하고, 이는 곧 개발비의 부족으로 무기체계 성능 구현의 한계에 봉착하게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명품 무기 사건들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해외 구매를 추진하더라도 고가의 무기체계는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와 같은 마일스톤 기술검토회의를 거쳐야 한다. 현재 이러한 검토를 전문성에 한계가 있는 방위사업청의 해당 사업팀에서 주관한다. 사업팀 공무원이 자주 자리를 이동하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개발 현황 및 문제점 등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제시하고 반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업관리비의 증액도 요구된다.

한편 기술성숙도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기관이나 방산업체가 체계개발에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원하는 무기체계 성능 구현에 한계를 유발하게 하고 전력화 일정 지연 및 비용 초과의 실질적 원인이 되게 한다. 개발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능력을 과시하며 실제 개발에서는 일부 성능의 완화를 요구하기도 한다.

무기체계 시험평가에 대한 중요성을 낮게 평가하여 평가비용 및 일정을 최소로 잡아 제한된 수량의 시험평가만을 수행하여 오히려 추후 예산 초과 및 전력화 일정 지연을 초래하는 일도 많다. 예를 들어 대잠어뢰인 홍상어는 2010년부터 50여 발이 실전 배치되었으나 성능 검증 목적의 시험발사 때 목표물을 타격하지 못하고 유실되어 제한된 수량으로 품질 확인 시험을 수행했으나 명중률이 낮아 전투용 적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바 있다.

통상 군에서 무기체계를 획득할 때 사용자의 요구 성능인 작전운용성능(ROC)을 제시한다. 군에서는 통상 세계 최고의 기술 및 성능을 요구한다. 작전운용성능을 결정할 때 획득 예산 규모 및 기술능력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무기체계 운용 개념 및 운용 시나리오의 분석을 통해 획득 시의 운용 방안을 미리 계획해야 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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