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65·끝>충남 태안 감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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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 가득 푸른 바다향… 사르르 녹는 ‘달콤한 김’

충남 태안군 이원면 사창리의 한 어민이 가로림만 청정 갯벌에서 제철을 맞은 감태를 채취하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풍작이라 어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태안군 제공
충남 태안군 이원면 사창리의 한 어민이 가로림만 청정 갯벌에서 제철을 맞은 감태를 채취하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풍작이라 어민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태안군 제공
29일 충남 태안군과 당진시를 연결하는 가로림만 안쪽의 사창리 갯벌. 드넓게 펼쳐진 이 갯벌은 마치 잔디축구장처럼 연두색을 띠고 있었다. 긴 장화를 신은 이윤래 씨(61)는 칼바람을 헤치고 갯벌에서 연두색 덩어리를 열심히 채취하고 있었다. 이 덩어리는 이끼 모양의 감태(甘苔). 이 씨는 감태를 실타래처럼 뭉쳐 한 움큼씩 통에 담았다. 이렇게 채취한 감태를 마을로 옮겨 세척한 뒤 일일이 네모난 틀에 가지런히 펴서 올려놓는다. 이어 양지바른 곳에서 해풍을 맞히며 건조시킨다.

바삭하게 마른 감태는 입안에 넣으면 바다 향부터 느껴진다. 마치 솜사탕이 녹듯 ‘사르르’ 사라진다. 달콤하고 쌉쌀한 맛이 번갈아 나다가 감칠맛이 여운처럼 남는다. 감태라는 이름 자체가 ‘달콤한 김’이란 뜻이다.

연녹색인 감태는 김, 파래, 매생이와 함께 겨울철 ‘해조류 4총사’다. 파래보다 가늘고 매생이보다 두껍다. 김과 파래, 매생이는 갯벌에 소나무 말뚝을 박고 대나무를 쪼개 엮어 만든 발에서 포자가 성장하며 자란다. 반면 감태는 청정 갯벌에 포자가 박힌 뒤 자란다. 추운 겨울에만 채취할 수 있어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3월이 제철이다.

이 마을에서 감태를 채취하는 어민은 10여 가구. 갯벌에 나가 두어 시간 채취하면 하루에 가구당 3톳(한 톳 100장)에서 10톳 정도를 만들 수 있다. 양식이 안 되는 데다 채취도 어려워 톳당 3만 원, 구워낸 것은 4만 원 선이다. 김보다 5배가량 비싸다. 하지만 건조되기 무섭게 도매상이나 전화 예약으로 팔려 나간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 월두마을에도 매년 2, 3월이면 갯벌에서 꽃피운 감태 따는 아낙네의 손길이 분주하다. 국내에서 감태가 태안과 서산 일부, 전남 무안 등지에서만 자라는 것은 청정 갯벌에 적당한 수온, 날씨 등의 여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는 비가 적당했고 날씨가 춥지 않아 지난해보다 풍작이어서 어민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을래 태안 사창어촌계장(66)은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감태를 채취하자마자 수십 리 떨어진 예산과 홍성시장까지 걸어가서 팔았다. 지난해에는 한파 때문에 흉작이었으나 올해에는 수확량이 크게 늘어 요즘 바쁘다”고 했다.

감태는 맛도 좋지만 노화 방지에 효과 있고 열량이 낮아 비만과 변비 등에 이롭다고 한다. 특히 태안산 감태는 쓴맛이 없고 바다 향이 진하다.

요리방식도 입맛이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변신한다. 김처럼 밥에 싸서 먹어도 좋으나 초무침, 칼국수, 수제비 등에 넣어도 좋다. 지금이 제철인 굴과 함께 넣어 감태굴국을 끓이면 매생이굴국 부럽지 않다.

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태안#감태#청정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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