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른 공기업들이 철도파업의 법적 처리 지켜보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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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이 어제 오후 “총파업 투쟁을 현장 투쟁으로 전환한다. 전 조합원은 31일 오전 11시까지 현장으로 복귀한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9일부터 어제까지 22일간 이어진 철도파업을 사실상 철회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철도 분할과 민영화 저지 투쟁은 아직 안 끝났으며 내년 1월 9일과 16일의 총파업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사상 최장(最長) 기록을 세운 철도파업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 실태가 드러나면서 철도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다. 정부와 코레일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징계 절차를 밟으면서 파업 참여 노조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철도노조는 업무에 복귀하는 노조원이 늘어나면서 파업 동력이 떨어지자 ‘정치권 중재’라는 형식을 통해 파업을 철회했다.

여야 정치권과 철도노조 지도부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는 조건으로 파업 철회에 합의했다. 여야는 이 소위에서 ‘철도산업 발전을 위한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민영화 방지 법안을 만든다든가, 불법 파업 주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징계 면제를 코레일과 정부에 압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철도 전력 등 망(網)공기업은 민영화의 득실을 따지기 어려워 나라별, 시기별로 선택이 다르다. 국회에서 민영화 방지법을 만들어서도 안 되며 특히 경쟁체제 도입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검찰과 경찰은 지금까지 발생한 철도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파업 철회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파업 후 코레일은 노조 지도부 등 198명을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이 중 34명은 법원에서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파업이 끝났다고 불법 행위를 없었던 일로 넘어갈 수는 없다. 코레일은 형사상 책임과는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민사상 책임도 엄격히 묻고 불법 행위의 정도에 따라 그에 맞는 징계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

이번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試金石)이었다. 불법과 타협하지 않은 정공법은 다른 공기업 노조에도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공기업 노사의 불법 행위나 부패를 척결하고 방만 경영을 바로잡는 개혁 작업에서 한 치의 물러섬이 있어서는 안 된다.
#철도파업#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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