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포기 73%가 돈 때문… 공공-민간협력, 의료死角 없애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병마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에 ‘생명의 손길’을]<5·끝>전문가 제언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병원에 가야 하지만 치료를 중단하는’ 비율은 4.8%. 이 중 72.6%가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했다. 의료시설을 이용하면서 돈 때문에 치료에 제약을 받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을 비교해 발표한 자료에서도 우리나라는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빈곤가구로 전락한 가구 비율이 0.36%에 이른다. 포르투갈(1.08) 멕시코(0.93) 에스토니아(0.80) 헝가리(0.41)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다.

정부는 2008년부터 사회보장 5개년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암에 대한 본인 부담률은 10%에서 5%로, 희귀난치성질환은 20%에서 10%로 떨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의료비 사각지대는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의도하지 않은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 및 간병비 같은 비급여 진료비 등 환자들이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이 크고 중증질환에 대한 진료비가 고액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의 의료비 지원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민영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사무국장은 “공공 영역에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여건이 지원기준에 맞아야 한다”며 “기준에는 벗어나지만 실제 여건이 매우 열악한 저소득층을 도울 수 있는 민간 영역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정 거주지가 없고 주민등록이 말소됐거나 건강보험 자격이 정지되면 공공 영역에서는 아예 신청 대상조차 될 수 없다. 또 공공 영역에서 지원조건을 약간 상회하는 ‘워킹 푸어’의 경우도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공공 영역과는 달리 민간 영역에서는 각각의 지원사업을 유연하게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1, 2차 의료안전망인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제도를 통해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체 보장률(2011년 기준)은 62%에 불과해 나머지 38%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OECD 권고안인 80%보다 여전히 낮다.

황도경 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낮은 의료비 보장은 과도한 의료비를 발생시키고 의료비의 지출은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의료 보장률을 확대하고 비급여를 포함한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변화도 요구된다. 청소년 재능기부 사이트인 굿웨이위드어스 운영자 원성준 군(18)은 “‘현재 내 상태가 힘든데 어떻게 기부를 할 수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작지만 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나눔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 군은 2012년 12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 이상 기부한 개인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 194번째 회원이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의료비#빈곤가구#재능기부#기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