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성적 나쁘면 감독부터 내치고 보는 구단
더보기

성적 나쁘면 감독부터 내치고 보는 구단

스포츠동아입력 2013-12-31 07:00수정 2013-12-31 07: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 ‘파리목숨’ 신세 전락한 K리그 감독

스플릿·승강제…시즌 중 두번 경질 위기
최근 2년간 1부리그 사령탑 20번 교체

대전 감독대행 계약…울
산 사인 전 발표
자리보다 지원자 많아 구단들 횡포 심화


퇴출 쉬운 감독 선호…함량 미달
악순환
구단은 의식 전환 감독들은 자존감 지켜야


관련기사

2012년과 2013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는 감독이 20번 교체됐다. 2012년 클래식이 16팀, 2013년 14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전체 구단의 절반이 1년에 한 번 이상 감독을 갈아 치운 셈이다. K리그에 승강제가 본격 실시되고, 스플릿시스템까지 도입되면서 감독들은 파리 목숨 신세가 됐다.

● 스플릿, 강등 두 번 시험대

2012년에는 상주상무, 광주가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로 떨어졌다. 2013년에는 13위 대구와 14위 대전이 강등됐고, 12위 강원도 챌린지 초대 우승 팀 상주상무와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패해 2부 리그로 탈락했다. 이 중 2013시즌 중간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한 대전과 군 팀 상주상무를 제외한 다른 팀 감독들은 모두 강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014년부터 클래식 최하위(12위)와 챌린지 1위는 자동 강등-승격되고 클래식 11위와 챌린지 2위가 승강 PO를 벌여 이기는 팀이 1부 리그에 속한다.

클래식 감독들은 승강에 앞서 시즌 중반 또 한 번 냉혹한 중간평가를 받는다. 클래식은 2012년부터 스플릿방식을 택하고 있다. 모든 팀이 홈 앤드 어웨이로 한 차례씩 붙은 뒤 순위에 따라 상·하위 두 그룹으로 나뉘어 나머지 시즌을 소화한다. 상위그룹은 우등 반, 하위그룹은 열등 반이다. 하위그룹으로 떨어지면 언론, 팬의 관심은 멀어지고 아무리 잘 해 봤자 상위그룹 꼴찌를 넘을 수 없다. 하위그룹 팀들은 강등된 것 같은 냉랭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기업구단의 하위그룹 추락은 더 치명적이다.

감독들은 시즌 중간 스플릿이 갈릴 때 한 번, 시즌 막판 강등 팀이 발생할 때 한 번 등 두 번이나 피 말리는 시험무대에 선다. 2012년 하위그룹 8팀 중 인천과 상주상무를 제외한 6팀 사령탑이 시즌 중반 혹은 종료 후 바뀌었다. 2013년에도 하위그룹 7팀 중 제주와 전남을 뺀 5팀 감독이 교체됐다.

프로연맹은 내년 이후에도 스플릿을 유지한다. 기존 2+2(단일리그 2라운드 후 상·하위로 나눠 2라운드)가 아닌 3+1(단일리그 3라운드 후 상·하위로 나눠 1라운드) 방식이다. 스플릿이 한 라운드만 치러져 예전에 비해 하위그룹 탈락에 대한 충격은 다소 완화되겠지만 감독들의 처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울산 조민국 감독(왼쪽)-대전 조진호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 감독 스스로 자존감 찾아야

모 프로감독은 수 년 전부터 “K리그는 승강제가 없으니 감독 능력을 객관화할 지표가 없다. 승강제가 도입돼 감독들도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승강제 실시와 함께 감독만 ‘을’의 신세로 내몰렸다. 구단들은 감독만 자르면 만사형통인 것처럼 행세한다. 해당 감독을 뽑은 구단의 책임은 없다. 성적이 안 좋으면 감독을 바꾸고 그 자리에 자르기 쉬운 감독을 또 앉힌다. 도시민구단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감독을 선임하는 경우도 많다.

감독들 스스로 자신들의 권위를 무너뜨린 측면도 있다. 한 축구인은 “구단에 감독 자리가 비었다 싶으면 너도 나도 몰린다. 월 1000만원만 주면 감독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한다”며 한탄했다. 월 1000만원이면 연봉 1억원이 조금 넘는다. 이 돈이 적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지휘봉만 잡게 해주면 어떤 불합리한 것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감독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대전의 2014년 사령탑은 조진호 감독대행이다. 감독이 아닌 감독대행 타이틀이다. 겉으로는 “더욱 발전하고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다”고 포장하지만 감독대행이 감독보다 내치기 쉬운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울산현대는 조민국 감독을 선임하며 계약기간도 합의 안 하고 언론에 발표부터 했다. 김호곤 감독 중도사퇴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을 의식해 무마부터 하려 한 것이다. 다른 축구인은 “그래도 명색 프로 감독인데 당자사와 계약기간도 논의 안 하고 발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고 개탄했다.

계약서에 ‘몇 연패를 당하면 경질할 수 있다’든가 ‘이런 사유로 경질되면 잔여연봉은 안 줘도 된다’는 독소조항을 넣는 구단도 있다. 장기계약보다 단기계약이 판을 친다. 2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1+1인 경우도 허다하다. 1년 이후 성적을 본 뒤 재계약하는 형식이다. 구단들은 자르기 쉬운 감독, 잘라도 뒤 탈 없는 감독들을 고른다. 그러다보니 함량 미달의 감독이 사령탑이 되는 경우도 많다. 승강제로 감독들이 냉정하게 평가받아야한다는 본래 취지가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구단과 감독이 의식을 바꾸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구단은 감독의 권위를 존중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책임을 감독과 함께 나눠지려는 마인드도 필요하다. 감독들도 프로 사령탑으로서 최소한의 자존감은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