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기업 최저한세율도 1년만에 1%P 인상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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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방안 원칙적 합의

여야가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소득금액) 구간 조정을 통한 소득세의 증세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첫 ‘부자 증세’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를 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결국 정치권의 압박에 동의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증세를 단행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증세로 인한 세수증대 효과는 연간 수천억 원에 그칠 것으로 보여 그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에 과표구간이 조정되면 2011년 말 ‘3억 원 초과’ 구간에 38%의 최고세율을 매기는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를 도입한 지 2년 만의 소득세제 개편이 된다.

○ 세율 인상보다는 과표구간 조정이 부담 적어

정부는 자칫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하면 부자들의 소비심리를 악화시켜 내수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과표구간 조정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최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제출한 비과세·감면 축소 방안이 상당 부분 후퇴하면서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세수 총액에 3000억∼4000억 원 구멍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금이라도 부족한 세수를 메우고 재정건전성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일부 증세를 하자는 국회의 주장을 용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율을 올리는 식의 ‘직접증세’보다 과표구간 조정을 통한 ‘간접증세’가 국민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9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간접 증세를 시도한 바 있다. 당시는 중산층이 주된 타깃이 되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았지만 이번에는 증세 대상이 억대 연봉자에 한정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로 인한 세수증대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2억 원 초과’로 내리면 연간 1500억∼2000억 원 안팎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고, 고소득층 8만 명 정도의 소득세가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1억5000만 원 초과’가 되면 연간 3000억∼3500억 원 세수가 늘고, 세금이 늘어나는 사람은 12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5년간 135조 원의 국정과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현 정부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은 안 되고 괜히 고소득층의 조세저항만 키울 수 있다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이번 과표구간 조정에 따라 고소득층이 1년에 납부해야 하는 소득세는 1인당 평균 수백만 원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과표가 3억 원인 봉급생활자의 경우 현재는 약 9000만 원의 소득세(산출세액 기준, 각종 세액공제 제외)를 내지만 만약 최고세율 기준점이 2억 원으로 내려가면 소득세가 9300만 원 안팎으로 약 300만 원 늘어난다. 또 기준점이 1억5000만 원이 되면 약 9450만 원까지 세금이 불어나게 된다.

○ 대기업 증세 가능성도 높아져

여야는 소득세 간접증세 외에 대기업에 적용되는 실효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과표 ‘1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현행 16%의 최저한세율(각종 조세 감면을 받더라도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을 17%로 1%포인트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민주당은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이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법인세율 인상은 대기업의 투자를 줄일 뿐 아니라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에 따라 양당은 세율 인상 대신 대기업에 대한 세 감면액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절충안을 찾을 개연성이 커졌다.

대기업에 대한 증세 논의는 지난 대선 이후 꾸준히 정치권에서 제기돼 온 단골 메뉴였다. 이명박 정부 때 큰 폭의 법인세 감세를 단행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대기업의 투자가 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정치권에 쌓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이 계속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국정감사 등을 통해 기업 사내 유보액에 과세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대기업 최저한세율은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말 14%에서 16%로 인상된 바 있기 때문에 이번에 또다시 높아지게 되면 재계의 반발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여야#대기업 최저한세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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