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해외복귀 선수들 이면계약 공공연한 비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2월 30일 07시 00분


■ 이면계약의 불편한 진실

KBO, 다년계약 전환 등 문제 해결 외면
두산처럼 계약금 반환 요구한 사례 없어
최근 FA 시장 과열 ‘다운계약서’도 등장

터질 게 터졌다. 이혜천(34)과 두산의 갈등은 이면계약이 수면 위로 드러난 첫 사례다. 이면계약은 한국프로야구를 병들게 하고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이미 퍼질 만큼 퍼졌고 최근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더 확대되고 있다.

이면계약은 해외복귀 선수들에 대한 치열한 영입경쟁으로 악화됐다. 해외 복귀 선수들에게 다년계약을 금지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리그를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장치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 후 국내에 남을 경우 연봉이 장기간 보존되는 다년 계약을 허용하지만 해외에 도전할 경우 다시 국내로 돌아왔을 때 다년 계약이 되지 않는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의미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야구규약은 FA로 해외에 진출했을 경우 FA 권리를 한 번 사용한 것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다시 국내로 돌아오면 4년을 더 뛰어야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FA 자격 재취득 때까지는 1년씩 계약을 갱신해야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약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다년 계약을 허용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를 규약이 구단과 선수가 거짓말을 하도록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KBO는 규약을 손보지 않았다. 결국 두산은 2010년 말에 규약에 따라 이혜천과 1년간 최대 총액 11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3억5000만원, 옵션 1억5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규약을 어기고 4년 장기계약을 맺었다. 사실 이혜천뿐 아니라 많은 해외복귀 선수들이 공식발표와는 달리 이면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프로야구 전체에 파다하게 퍼져있는 상황이다.

한화 김태균, 삼성 이승엽의 연봉이 2년 연속 성적에 관계없이 15억원, 8억원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차라리 정직해 보이는 수준이다. KBO에 매년 다른 액수가 적힌 계약서를 제출하지만 실제 지급받는 연봉은 전혀 다른 이면계약서를 가진 선수들도 있다.

외부에 공개된 적은 없지만 스스로 이면계약을 파기한 선수도 있었다. 그러나 먼저 계약 해지를 요청한 이혜천에게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한 두산처럼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

최근에는 FA시장이 과열되면서 금액을 낮춰 발표하는 이면계약이 등장하고 있다. 일종의 ‘다운계약서’다. 선수는 초고액 연봉자가 되는 부담을 낮추고, 구단은 향후 다른 선수와 계약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꼼수다.

최근 야구계에서는 “최고 연봉 선수가 과연 누구냐?”는 말도 나온다. 팬들을 속이는 이면계약이 많아져 실제 최고 연봉 선수가 누구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한탄이다.

프로스포츠에서 선수의 연봉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뉴스이자 많은 꿈나무들에게 동기가 되는 가치다. 이면계약은 이를 갉아먹고 구단간의 공정한 경쟁도 막는다. 리그의 건강을 망치는 큰 질병이다. 이번 이혜천과 두산의 이면계약 갈등은 결국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던 병폐였다. 모두가 쉬쉬하고 있는 사이 곪을 대로 곪아가던 상처가 이번에 터진 것이었다. 어쩌면 이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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