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산업혁명 前 가난뱅이였던 스위스의 성공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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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 스위스에서 배운다/장철균 지음/256쪽·1만5000원·살림

어린 시절 동화책 ‘하이디’에서 처음 접한 스위스라는 나라는 지상낙원이었다. 하이디가 천진난만하게 뛰놀던 아름다운 알프스 산자락은 동경하면서도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마침내 어른이 되어 스위스를 두 차례 여행하면서는 부러움을 넘어 ‘이런 천국 같은 곳에서 자기들끼리만 잘 먹고 잘살다니…’ 하며 배타성까지 느꼈다. 스위스는 1인당 국민소득 7만 달러, 세계 1위의 청정국가, 국민행복지수 세계 3위, 결정적으로 나라 이름 자체가 고급 브랜드인 나라다. 하지만 국토 면적이 남한의 40%에 불과하고 인구는 780만 명뿐인 이 작은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이 되었는지를 명쾌하게 알 순 없었다.

전 스위스 대사인 저자는 베일에 싸여 있던 스위스의 성공 비결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한국이 스위스에서 배울 점을 소개했다. 산업혁명 전까지만 해도 몹시 가난해 국민을 다른 나라에 용병으로 보내야 했던 스위스가 최고 선진국으로 부상한 것은 남다른 국민성과 독자적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스위스의 역사는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같은 강대국에 둘러싸여 외세와 전란에 시달렸고, 국토의 75%가 산과 호수여서 줄곧 척박하고 가난했으며, 지하자원도 없어 믿을 건 인적자원뿐이다. 게다가 이 작은 나라에 독일계 프랑스계 이탈리아계가 모여 살며, 사용하는 언어는 4개나 된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다민족 다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정치적 안정을 이루며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 스위스의 정신을 저자는 ‘다양성 속의 통일성’이라고 요약한다. 스위스 연방이 마치 여러 개의 기능을 각기 수행하면서도 단단하게 하나로 통합된 ‘스위스 나이프’를 연상시킨다는 것. 그는 스위스의 정신을 독립성 중립성 자율성 타협성 실용성 창의성 근검성 준비성의 여덟 가지로 설명한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이민이 가장 까다로운 나라이면서도 인재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데려온다. 기초자치단체인 게마인데에서 주민들이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하며, 안정된 정치제도 덕분에 꾸준히 경제성장을 이뤄 낸 점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21세기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 스위스에서 배운다#스위스#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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