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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당신의 미저리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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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당신의 미저리 지수

동아일보입력 2013-12-27 03:00수정 2013-12-2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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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경제 고통지수’를 뜻하는 미저리(Misery) 인덱스. 최근 인터넷에서는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고통을 주는 ‘페이스북 미저리 인덱스’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최근 지인과 만나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지인의 표정이 어두웠습니다. 이유를 묻자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요즘 페이스북 하기가 겁나. 나는 ‘이 모양 이 꼴’인데…. 하면 할수록 더 우울해져….”

지인은 얼마 전까지 유명한 대기업에 다녔습니다.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혁신상’ 같은 것도 받을 정도였습니다. ‘탄탄대로’를 걷던 중 그는 어느 날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경영학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새로 품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서른 살이었습니다. 2년째 대학원생으로 살아가는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옛 동료들의 소식을 접합니다. “나 드디어 승진했다!”는 글부터 “저 결혼합니다” 같은 글까지 옛 동료들의 즐거운 소식을 볼 때마다 자신만 멈춰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오늘 아이패드 샀다” 혹은 “소개팅 나가는 자리”라며 자기 사진을 올리는 동료들의 글에서도 자격지심을 느낄 때가 있답니다. “페이스북 하기 겁난다”는 그의 말은 정확히 “나도 모르게 동료들을 시기 질투하고 있더라”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사람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빠서 만나지 못하는 친구나 지인들의 소식을 접하기 위해서죠. 굳이 시간 내서 만나거나 전화 걸지 않아도 그들이 올린 글이나 사진을 보면서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SNS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변 사람들의 글이나 사진을 보면서 오히려 언짢음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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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테크하이브’는 최근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느끼는 짜증과 불쾌함을 분석한 ‘더 페이스북 미저리 인덱스’를 발표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시기심’이었고 이는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겁니다. 다음과 같은 글들이 시기심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게시물입니다.

①(비키니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찍지 말라니까 기어코 카메라에 담겠다는 내 친구, 풋∼ 나 잘 나왔지?”→(의역하면) “내 멋진 몸매, 우월한 유전자를 봐. 부럽지 않니?”

②(골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실력은 없는데 얼떨결에 왔다”→(의역하면) “훗, 나 골프 칠 정도로 여유 있게 산다.”

③(고가의 디지털 기기 인증샷을 올리면서) “드디어 손에 넣었다”→(의역하면) “나 이런 거 살 만한 능력 있는 사람이야. 부럽지 않니?”

이와 함께 테크하이브는 이용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게시물 10개를 뽑았는데 이 중에서도 사람의 시기심을 살살 건드리는 게시물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멋지고 잘생긴 사람이 “오늘 모델 촬영 했어요. 그런데 이러다 나중에 뭘 하면서 살지?”라는 ‘배부른 걱정형’부터 잘 나온 사진 여러 장을 올려놓고 “아 얼굴도 붓고 살도 찌고… 나 정말 못생기지 않았어?”라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스타일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페이스북에 무슨 게시물을 올리든 그건 개인의 자유입니다. 글을 보고 열등감을 느끼든 짜증을 내든 게시자의 책임도 아니죠. 그래서 부러우면 지는 것이고 ‘열폭(열등감 폭발)’이란 말이 유행어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인생이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보다는 일이 잘 안 풀려서 삶이 고단한 사람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여유마저도 질투가 나는 현실, 그런 사회 속에 놓인 사람도 있을 겁니다. 글을 올리기 전 한 번쯤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와 배려, 기대해도 될까요. 적어도 “당분간 접속하지 않겠다”는 제 지인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안 되니까요. 내년에는 우리의 ‘미저리 지수’가 조금이라도 내려가길 희망합니다.

김범석 소비자경제부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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