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신사 전격 참배… 한국인 가슴에 못을 박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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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개탄과 분노 금할수 없어”
中 “인류 양식에 도전한 행위”
美 “갈등 악화시킬 행동 실망”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최악의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고 동북아 지역 안정에도 기여해 달라’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찬물을 끼얹었다. 같은 기대를 품었던 한국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사회의 이성적 여론도 머쓱하게 만들어 버렸다.

아베 총리는 취임 1년을 맞은 26일 일본의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2006년 8·15 때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참배한 이후 7년 4개월여 만이다.

아베 총리의 이날 참배로 안 그래도 냉각된 한일, 중-일 관계는 얼어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공식별구역(ADIZ) 확대 등으로 갈등을 빚은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보이지만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도 가늠키 어렵다. 한일 정상회담 재개가 당분간 물 건너갔고 일정을 협의 중이던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 안보정책 협의회도 무산될 위기다.

아베 총리는 참배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한국인의 마음을 상하게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이 마음을 직접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처음 총리를 지냈던 1차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때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못한 것을 “통한의 극치”라고 말해 왔다. 최근 특정비밀보호법안 강행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도 ‘과거사 역주행’에 나선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 정부는 이날 참배에 대해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성명을 내고 “아베 총리가 신사를 참배한 것은 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한일 관계는 물론이고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훼손시키는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밝혔다. 2006년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했을 때는 당시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냈지만 이번에는 그 항의와 유감 표명의 수위를 더 높였다.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은 이날 오후 구라이 다카시(倉井高志) 주한 일본대사관 대사대리(총괄공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신사 참배에 강력 항의했다. 이병기 주일대사도 이날 오후 6시 10분경 굳은 표정으로 일본 외무성 청사에 도착해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과 20여 분간 면담을 갖고 참배에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사는 “그간 이웃 나라들과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경고했는데도 참배한 데 대해 깊이 실망하고 개탄한다”며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잘못된 역사 인식에 따른 것으로 어떠한 설명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날 오전 한국 미국 등에 참배 사실을 사전 통보했고 이에 한국 정부는 강력 경고했으나 일본은 참배를 강행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아사히 신문이 제공한 ‘아베 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아사히 신문이 제공한 ‘아베 총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도 주일 미국대사관 성명을 통해 “소중한 동맹이자 친구인 일본의 지도자가 주변국과의 갈등을 악화시킬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런 유감 표명은 이례적이다.

중국 외교부는 참배 직후 “역사 정의와 인류 양식에 공공연히 도전하는 행위로 강력한 분노를 표시한다”며 강력히 성토했다. 청융화(程永華) 주일 중국대사는 이날 오후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을 직접 만나 항의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아베#야스쿠니신사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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