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30인 설문조사] “정몽규 집행부 심판 사건 미흡한 대처에 실망”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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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7시 00분


3월7일 공식 취임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외교력에서 후한 점수를 얻고도 심판문제와 인사 문제 등 국내 현안 처리에서는 미숙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3월7일 공식 취임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외교력에서 후한 점수를 얻고도 심판문제와 인사 문제 등 국내 현안 처리에서는 미숙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3. 정몽규 집행부 300일을 평가한다면?

축구 외교는 합격점, 내실 다지기는 불합격

정몽규 체제 300일…응
답자 과반 ‘보통이다’
심판 테스트 부정 사건 왜 시간 끌었나 불만
협회 인사 전횡·K리그 활성화 소홀 지적도


외후내박(外厚內薄). 외치에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지만 내치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는 뜻이다. 대한축구협회 집행부의 지난 300일을 단적으로 평가하는 말이다.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3월7일 공식 취임식을 갖고 한국축구 새 수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스포츠동아는 축구 관계자 설문을 통해 12월31일로 출범 300일을 맞는 축구협회 현 집행부에 대한 중간 평가를 실시했다. 응답자(28명)의 과반이 넘는 15명이 ‘보통’을 꼽았고, 10명이 ‘잘했다’고 답했다. ‘못했다’(2명)와 ‘매우 잘했다’(1명)가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정몽규 집행부에게 후한 점수를 준 응답자 상당수도 “국제 외교는 성공적이지만 내실 다지기 측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취임 후 활발하게 국제 외교 활동을 펼쳤다. 2017년 U-20 월드컵 유치라는 뚜렷한 성과도 냈다. 하지만 정작 축구협회 내부 행정, 인사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심판 문제였다. 5월 초 대전에서 열린 심판 체력테스트에 참가한 A심판을 위해 B심판이 빨리 달리는 구간이 단축되고 천천히 달리는 구간이 늘어나도록 일부 트랙의 콘 위치를 조정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명백한 부정행위인데도 축구협회의 사후조치는 엉망이었다. B심판은 어떤 처벌도 안 받았다. 축구협회는 어떤 이유로 B심판이 대담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는지, 혹시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조사하지도 않고 덮으려 했다. 스포츠동아가 이런 행태를 보도(9월27일자 8면)한 뒤에야 10월 초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이후 처리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진상조사위 구성 후 두 달이 넘도록 결정을 미루다가 전임 심판위원장의 부당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심판위원장은 12월9일에야 권고사직 처리됐다. 이 기간 동안 한국축구 심판계는 표류했다.

‘정몽규 집행부에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이라는 질문에 응답자(28명) 중 12명이 바로 심판 사건과 협회의 미흡한 대처를 꼽았다. A씨는 “왜 심판문제에 미적지근하게 시간을 끌었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정리하지 못했던 이유가 뭔가”고 답답해했다. B씨는 “축구협회가 이렇게 심판 때문에 흔들리는 데 프로가 어떻게 안정을 찾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잘못된 인사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었다. C씨는 “전임 심판위원장 선임 후 얼마나 말이 많았나. 전임 심판위원장이 협회 고위관계자와 가까운 사이라는 의혹이 파다했다. 심판위원장 선임에 시간이 걸려 집행부 구성이 늦어졌는데 장고 끝에 악수를 둔 셈이다”고 쓴 소리를 했다. D씨는 “협회 인사가 실권을 지닌 몇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불만이 많다. 좀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축구협회가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 회장은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2년 동안 지냈다. 한국축구발전을 위해 K리그 활성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피부로 느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 E씨는 “협회의 대표팀 위주 행정은 여전하다”고 했다. 중계 문제를 언급하는 사람도 많았다. 정 회장은 회장 선거 당시 공약으로 A매치와 K리그 중계를 연계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취임 후 얽히고설킨 난제를 풀지 못하며 흐지부지 됐다. F씨는 “축구협회가 프로축구에 실질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K리그 중계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야당인사를 포용하려는 모습이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G씨는 “화합이 그냥 보여주기 수준에서 그쳤다”며 씁쓸해 했다. 이 밖에 유소년 저변 확대 노력 미진, 축구계 마케팅 인프라 조성 미흡, 축구철학 부재, 바꿀 의지 없어 보이는 회장선거 시스템, 애매모호한 기술위원회 역할과 위상 등이 언급됐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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