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김옥빈 “과거로 돌아간다면? 19살의 나 격려하고파”

  • Array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0시 00분


코멘트
배우 김옥빈은 “8년 전의 나는 솔직하기만 했지만 지금의 나는 남을 조금은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해진 배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김옥빈은 “8년 전의 나는 솔직하기만 했지만 지금의 나는 남을 조금은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해진 배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영화 ‘열한시’(감독 김현석)에서 타임머신 트로츠키를 타고 하루 전으로 돌아갔던 김옥빈(26)에게 물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언제냐고. 그는 “19살이다”고 대답했다.

“19살에 연기자가 되려고 서울에 혼자 올라왔었어요. 학원비도 내야 하고, 참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심적으로 부담이 컸죠. ‘과연 내가 배우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만약 그 때로 돌아간다면 ‘지금은 힘들지만 배우가 될 테니까 걱정 말라’며 격려해주고 싶어요.”

어린 나이에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올해로 데뷔 8년을 맞은 충무로 대표 여배우가 됐다. ‘여고괴담 : 목소리’, ‘다세포 소녀’ 로 충무로의 신선함을 몰고 왔고 ‘박쥐’, ‘시체가 돌아왔다’ 등 주연으로 활약하며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랬던 그가 ‘열한시’에서 적은 분량임에도 빛을 발하는 연기를 펼쳤다. 시간이동 프로젝트 연구원이자 사건 해결 열쇠를 쥐고 있는 영은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에 끌렸어요. 캐릭터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었지만 사건을 구성하는 하나의 단서를 갖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 역할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마지막은 영은이가 내일의 영은이를 만나며 성장된 것 같은 마무리도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극 속 영은은 내일을 다녀온 인물 중 하나. 연구소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는 이유를 유일하게 알지만 눈도 깜짝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문다.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김옥빈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멘탈붕괴가 왔어요. 완전 혼란스러웠죠. 준비를 해올수록 연기가 잘 안되더라고요. 감독님께서도 애매하게 연기를 하라고 하셔서…. 미리 준비를 하진 않았고 상황에 따라 적재적소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배우 김옥빈.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김옥빈.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함께 연기한 정재영(우석 역)과 최다니엘(지완 역)과의 호흡도 돋보였다. 시간이동에 집착하는 우석과 영은의 남자친구이자 냉철한 이성주의자 지완의 갈등을 두고 영은은 두 사람의 긴장감을 더욱 팽팽하게 한다. 죽음을 앞두고 극한의 감정연기까지 치닫는 두 사람의 연기를 보며 김옥빈은 감탄하기만 했다고.

“정재영 선배가 연기할 때 정말 넋을 놓고 봐요. 상대방 연기도 잘 받아주시고요. 성격도 좋으셔서 장난치고 싶은 선배에요. 멀리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그런 선배에요. 최다니엘은 이상하게 남동생 같아요. 챙겨주고 싶은 느낌? 하하.”

죽음을 앞두고 무섭도록 변해가는 사람의 심리를 잘 보여준 ‘열한시’를 찍으며 김옥빈은 ‘사람의 변화’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을까. 그는 “나 역시 생각해봤다. 그런데 사람보다 무서운 건 변하는 환경 같다”고 답했다.

“우리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CCTV인 것 같아요. CCTV만 안 봤더라면 사람들이 이렇게 끔찍하게 변했을까요? 원래 연구원들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는데 상황이 사람들을 잔인하게 바꿔놓은 거죠. 이 세상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환경이 사람들의 감정을 부추기는 것 같아요.”

‘열한시’를 무사히 마친 김옥빈은 1월 영화 ‘소수의견’ 개봉을 앞두고 있다. 12월 중순 여동생과 함께 서유럽을 여행가서 새해를 맞이한 후 ‘소수의견’ 홍보활동에 참여할 생각이다. ‘열한시’, ‘칼과 꽃’에 이어 ‘소수의견’까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에 임할 계획이다.

“원래 다작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작년 ‘시체가 돌아왔다’의 이범수, 류승범 오빠 필모그래피를 보니 정말 많더라고요. 갑자기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에게 필모그래피는 이렇게 살아왔다는 증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요. 기대해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